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재판을 참관할 수 있는 방청권 확보를 놓고, 통진당 당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공판 3일전부터 '밤샘 줄서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법정의 가족석과 수사 관계자석, 기자석 등을 제외한 일반 방청석이 20여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1일 수원지법과 경찰 등에 따르면 12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이 의원의 첫 공판을 앞두고 북한이탈주민 30여 명이 지난 9일 낮 12시부터 법원 정문 옆에 마련된 쉼터로 몰려들었다. 법원이 첫 재판 당일 오전 이곳에서 나눠주기로 한 방청권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방청권 배부처에 스티로폼을 깔고, 준비해 온 이불과 두터운 점퍼, 목도리, 모자, 마스크 등에 몸을 의지한 채 이틀째 노숙을 하고 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11일에도 바람을 피하려고 비닐까지 뒤집어쓴 이들 중 일부는 갓난아기를 동반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수원지법에서 방청석 규모가 가장 큰 법정(98석)에서 열리지만 가족석, 수사기관석 등을 제외하면 일반 방청객에게 돌아가는 방청권은 26장 뿐이다.
방청권을 놓고 벌어지는 밤샘 줄서기 경쟁은 4차례에 걸쳐 열린 공판준비기일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당원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방청권을 번갈아 싹쓸이하면서 벌어졌다.
지난달 14일 첫 공판준비기일엔 재판 7시간 전부터 줄을 선 통진당 당원들이 일반 방청석을 독차지했다. 2차 준비 기일에는 보수ㆍ진보 단체가 새치기 문제로 몸싸움까지 벌이는 바람에 경찰이 중재에 나서 방청권을 절반씩 나눴다.
그러다 지난달 31일 3차 준비 기일을 앞두고는 통진당 당원들이 방청권 확보를 위해 법원 안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묵는 일까지 벌어졌다. 방청권을 모두 놓친 보수단체 회원들은 4차 준비 기일 하루 전 통진당 당원들보다 앞서 밤샘 줄서기에 돌입했고 결국 첫 공판을 앞두고는 사흘전부터 노숙을 하고 있다.
방청권을 놓고 양측이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자 법원은 2번째 공판부터는 방청권을 선착순 배부하는 대신 추첨을 통해 나눠주기로 했다. 법원 관계자는 "일부에서 방청권 대리 수령 의혹 등을 제기해 실명 확인 후 추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2일 열리는 첫 공판은 검찰의 공소사실 진술과 이에 대한 변호인단 의견 진술, 피고인 의견 진술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이날 공판에서는 처음으로 이석기 의원에게 20여분간 발언 기회가 주어져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본인의 입장과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심경을 밝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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