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핵심 무기와 장비에 시험성적서가 위ㆍ변조된 부품들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최근 3년간 납품된 군수품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34개 업체가 모두 125건의 공인시험성적서를 위ㆍ변조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을 포함해 K9자주포, K-1전차, 보병전투차, 구난전차 등 핵심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도 적지 않았다. 시험성적서 조작을 통해 원전에 부적합 부품이 공급돼 소동이 빚어진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핵심 무기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충격적이다. 무기나 군용 장비의 부품 결함은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량 부품 사용은 심각한 범죄행위다.
더 한심한 것은 군 당국이 지난 30년 동안 공인시험성적서 위ㆍ변조 여부를 한 번도 검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품원이 2006년에 설립된 점을 감안해도 6년여 동안 군 당국의 무기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셈이다. 최근 납품된 군수품이 대상인 이번 조사를 그 이전까지 확대하면 위ㆍ변조 건수는 훨씬 늘어날 게 분명하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공인시험기관의 검사는 의뢰업체와 시험기관 사이에만 자료가 오가 군 당국의 감독에서는 벗어나 있다. 납품 업체의 군수품 부정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비리 업체가 회사 이름을 바꿔 입찰해도 이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점도 부정을 틀어막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시험성적서 위조는 대기업 계열 주요 방산업체와 하청계약을 맺은 협력업체가 주도했지만 방산업체들 역시 관리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시험성적서 위조가 아니어도 걸핏하면 터지는 게 국산무기 불량 문제다. 해군의 주력 구축함 을지문덕함이 지난해 발전기 배터리 불량으로 해상에 멈춰서 5시간 동안 표류하는 일이 벌어졌다. K-2 전차가 국산 파워팩 불량으로 전력화에 차질을 빚고 있고, K21 수륙양용장갑차가 배수펌프 불량으로 병사가 익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군의 안이한 태도와 불량 무기로는 국가 안보를 장담할 수 없다. 군 무기체계 전반에 걸친 대대적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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