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중천(52·구속기소)씨의 사회 유력인사 성접대 및 로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김학의(57) 전 법무부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11일 밝혔다. 성접대 의혹은 물론 성폭행 혐의 자체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난 것이다. 앞서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넘긴 경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앞서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윤씨를 성관계 동영상을 타인에게 보여준 혐의(협박 및 명예훼손 등)로 추가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관심이 집중됐던 ▦김 전 차관에 대한 성접대 및 대가제공 여부 ▦김 전 차관과 윤씨가 피해여성 2명을 합동강간한 혐의는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검찰은 성접대 의혹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의 식별이 불가능해 진술 외 다른 증거가 없고, 피해자들이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댔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여성 중 한 사람은 "경찰조사 뒤 생각해보니 강간 당한 것이 아닌 것 같아 당시 (자신을) 피해자에서 빼달라고 했다"고 말하는 등 검찰에서 피해사실을 번복했다. 나머지 피해자는 사건 이후에도 윤씨와 4년 이상 연락했고, 지인들에게 "윤씨와 인간적 관계"라고 말한 점 등에 비춰 강간을 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수사 단계에서 확보된 동영상에 대해서는 "경찰이 영상 속 피해자로 지목한 여성을 불러 조사했지만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한데다, 등장인물을 식별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지난 7일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원 11명, 자문위원 1명)에서 시민위원 11명 전원이 '불기소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4개월간 관련자 64명을 140회 조사하고 원점에서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 수사했지만 혐의를 인정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김 전 차관이 2007~2008년 강원 원주시 별장 등에서 2차례에 걸쳐 성접대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동영상에 대해서도 경찰은 "2006년 8,9월경 원주 별장에서 촬영됐으며 성문(목소리) 분석 결과 등장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접대를 받고 윤씨 관련 사건에 편의를 제공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못했고 공무원 뇌물죄 공소시효 5년이 지난 만큼,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접대 혐의가 아닌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들은 수사결과에 의문을 드러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날 "검찰 수사 결과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피해 여성들이 불복하면 재정신청 등 절차가 있으니 좀 지켜보자"고 말했다.
특히 경찰이 동영상을 국과수 및 학계에 보내 성문분석 등을 거친 것과 달리 검찰이 별도 검증을 거치지 않은 데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은 점, 관련자 진술이 계속 엇갈리는데도 김 전 차관을 단 한차례만 불러 조사한 점 등은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경찰조사에서 "김 전 차관을 전혀 모른다"던 윤씨는 검찰에서 "알고 지낸 사이"라고 진술을 번복했고, 김 전 차관은 끝까지 "윤씨를 모른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경찰에 접수된 고소 사건의 해결 청탁 명목으로 윤씨에게서 돈을 받은 브로커 1명을 불구속 기소, 윤씨에게 개인정보를 무단 제공한 경찰을 약식 기소했다. 윤씨의 개인 비리 혐의에 관여한 전 기업 임원 등 3명도 약식 기소됐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