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찰의 집회와 시위 진압이 한결 거칠어질 수 있다. 경찰은 수갑과 경찰봉 등의 장비를 사용할 때 별도 보고서를 작성토록 한 내부 훈령 규정을 22년 만에 없애고, 기존의 '채증을 통한 사후 사법처리'에서 '즉시 현장처리'로 불법행위 대응기조를 바꿀 방침이다. 집회의 자유가 위축되고 공권력 남용에 따른 인권침해 사례가 늘어날 우려가 커졌다.
경찰관직무집행법 10조는 현행범 등의 경우 경찰관이 도주 방지와 생명ㆍ신체 방호, 공무집행 항거 억제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필요 한도 내에서 장비를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경찰청 내부 훈령은 그 동안 장비 사용 전에 보고서를 작성, 각종 집회와 시위 등의 과잉진압 논란을 피하도록 해왔다. 따라서 이 규정의 삭제는 피해자 진술 외에 다른 뚜렷한 증거가 없어 과잉진압에 따른 인권침해 소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의 장비 사용 방법과 요건을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해 인권침해를 막아달라는 인권단체의 줄기찬 요구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비 사용에서 경찰의 자의적 해석과 판단에 무게를 실어줌으로써 과잉 사용 가능성을 높이는 개악(改惡)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경찰은 이미 지난 5월 노동절을 앞두고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한 채증으로 엄히 사법 조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6개월여 만인 지난 주말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집회를 앞두고 '물 대포와 캡사이신(시위진압용최루액) 등 경찰 장비를 사용해 불법 상태를 즉각 해소하라'는 지침을 내려 강경대응으로 선회한 바 있다. 경찰의 대응기조가 바뀐 데는 강경 일변도로 흘러온 시위문화 영향도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강경대응이 오히려 집회와 시위 현장 분위기를 격앙시켜 감정적 충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또한 경찰의 실력행사 강화 움직임을,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사태와 통합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전교조ㆍ전국공무원노조 수사 등에 이은 '공안 몰이'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무성하다.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굳히는 계기를 자꾸만 만들어내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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