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관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연면적 5만2,125㎡의 드넓은 공간을 무대로 평소 전시하기 어려웠던 대형 작품들을 마음껏 걸고 서도호 등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설치 작가들의 대형 설치물들을 전시했다.
가장 공을 들인 전시는 서울관의 방향을 제시하는 특별기획전 '연결-전개'다. 국내외 큐레이터와 작가 각 7인이 짝을 지어 선보이는 이 전시는 과거와 현대, 한국 미술과 세계 미술이 만나는 서울관의 정체성을 탐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국 출신 작가 타시타 딘이 내놓은 '필름'은 아날로그 영화를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제작해 대형 스크린에 투사한 작품이다. 시네마스코프를 세로로 세워 놓은 듯한 스크린에는 작가가 흑백 필름 위에 손으로 색을 입히고 가위와 아교를 이용해 만든 수제 필름이 돌아간다. 영화를 내용 전달의 도구가 아닌 물질로 접근함으로써 디지털 제작 방식에 조용한 우려를 보내는 이 작품은, 전통과 미래 연결의 숙제를 안고 있는 서울관에도 일련의 메시지를 보낸다.
개관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대형 전시공간 서울박스에는 서도호 작가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이 전시된다. 작가는 어릴 때 살았던 한옥을 성인이 되어 미국에서 거주한 주택 안에 집어 넣는 작업을 했는데 보랏빛 폴리에스테르 천을 이용해 실제 집 크기와 똑같이 만들었다. 서도호 작가는 "서울관에는 기무사, 경복궁, 종친부 등 역사적 장소들의 의미가 겹쳐 있다"며 "그 안에 2개의 집을 추가로 넣어 공간의 겹침을 극대화 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에서 가장 층고가 높은(17m) 서울박스에는 매년 새로운 작가의 대형 설치물이 전시될 예정이다.
미술관 소장품을 대방출한 '시대정신' 전에는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 각 시대의 정신을 반영한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황인기의 가로 8m짜리 대작 '몽유-몽유'를 비롯해 이불의 '사이보그', 서세옥의 '사람들' 등이 넓은 전시장에 시원하게 내걸렸다.
깜짝 퍼포먼스도 있다. 연결-전개 전에 참여한 대만 작가 리밍웨이는 관람객들에게 바치는 노래를 작품으로 내놨다. 오디션을 거쳐 선정된 퍼포머들이 관람객에게 다가가 "선물을 받으시겠습니까"라고 물은 뒤 수락하면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불러 준다. 전시가 끝나는 내년 2월 28일까지 상시 운영될 예정이니 전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노랫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도 좋겠다.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해외 작품이 부족해 세계적 미술관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국제적인 작품보다는 국제적 프로그램으로 세계적 미술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것"이라며 "앞으로 소장품을 이용한 전시를 30%, 한국 미술과 세계 미술을 접목한 전시를 70% 비율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평소엔 오후 6시에 문을 닫지만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밤 9시까지 연다. 야간 개장 시간(오후 6~9시)에는 기획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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