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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12일] 아라파트 독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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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12일] 아라파트 독살

입력
2013.11.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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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을 없애는 가장 은밀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독살이다. 자연사로 쉽게 위장할 수 있고, 의심스러워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가장 흔한 독극물인 비소는 19세기 중반에야 검출방법이 밝혀졌을 정도다. 이 때문에 권모술수가 횡행하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독살이 등장했다. 가깝게는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가 불륜관계였던 영국인 사업가를 청산가리로 독살한 경우다. 그냥 넘어갈 듯했던 독살극은 남편의 부패혐의에 얽혀 극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 3월 암으로 사망한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전ㆍ현직 대통령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암 판정을 받자 "미국이 암을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두 남미의 반미 지도자였다. 자신도 미국의 독살위협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가 죽자 후계자인 마두로 대통령은 "어둠의 세력이 그를 독살했다"며 미국 개입설을 폈다. 그러나 사망 다음달 실시된 대선을 겨냥, 반대파를 제압하기 위해 차베스의 죽음을 이용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 2004년 숨진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은 죽기 전 숱한 살해위협을 받았다. 1년 전 샤론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아라파트 제거 결정을 발표했다. 모파즈 국방장관은 구체적 행동까지 요구했다. 보수지 예루살렘 포스트의 사설은 "아라파트를 암살해야 한다"고 썼다. 휴전 파기에 이은 연쇄 자살폭탄테러와 무자비한 군사보복으로 안보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 아라파트의 독살설을 스위스 연구팀이 다시 제기했다. 아라파트의 유해와 옷 등에서 독성물질인 '폴로늄 210'이 다량 검출됐다는 것이다. 폴로늄은 19세기 말 퀴리 부부가 발견한 방사성 물질로 청산가리보다 25만 배 독성이 강하다는 극약 중의 극약이다. 사망 당시 복통을 호소했던 아라파트는 프랑스 군병원에 이송된 지 13일 만에 숨졌다. 원인은 규명되지 못했다. 유족은 이스라엘의 독살로 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과거 의혹만 남긴 수많은 독살극과 다른 결말이 나올지 주목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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