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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건설사들, 보육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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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건설사들, 보육을 품다

입력
2013.11.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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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에 유명 대학에 위탁하는 어린이집, 여성가족부와 공동 운영하는 육아나눔터 설치."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에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직장 있는 기혼 여성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을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어린 자녀를 믿고 맡길만한 보육시설 인근의 아파트 단지가 집값이 높은 것은 물론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사실에 착안한 신종 마케팅전략이다.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이 분양하고 있는 '김포풍무 푸르지오센트레빌'에는 숙명여대가 직접 운영하는 1,700여㎡ 규모 어린이 집이 들어서고, SK건설의 '인천SK Sky VIEW'에는 SDA삼육어학원이 들어선다. Sky VIEW 주민들에게는 20% 수강료 할인혜택과 무료 인터넷 강의가 제공된다. SK건설 관계자는 "주변에 교육시설이 부족한 탓에 아기와 함께 분양현장을 찾은 소비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건설업계 최초로 정부와 업무협약까지 맺고 아파트의 보육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11일 여성가족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1월 분양을 시작하는 래미안강동팰리스에 공동육아나눔터와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이 ▦주민들의 품앗이 육아 공간 ▦취업부모의 재택근무 공간을 단지에 지으면, 여가부가 운영 프로그램 컨설팅과 행정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과장은 "맞벌이 부부가 늘고 안전과 교육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설업체들이 육아시설과 교육시설에 마케팅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선택기준이 차익 투자에서 입주자의 삶의 질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신 풍속도란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공공 보육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특정 아파트 단지 주민만을 겨냥한 보육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이웃주민의 위화감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신뢰할만한 보육시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 구하기가 어려웠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리엔파크 3단지도 그런 아파트 중의 하나다. 단지 앞에 혁신학교인 강명초등학교가 있어 2011년부터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올해 유명 유치원 체인이 개원하면서 전세 매물이 아예 사라졌다. 단지 앞 백억부동산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전세 매물을 본 게 3개월 전"이라면서 "전셋값을 2,000만원 올려도 공급이 없어 부동산마다 대기자가 20명이 넘는다"며 혀를 찼다.

이처럼 특정 보육시설 인근으로 젊은 부모들이 몰려드는 현상은 최근 몇몇 보육시설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더욱 심해졌다. 특히 정부 인증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신뢰도 높은 대형 교육시설은 "태어나자마자 대기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들어가기 힘들다.

그 틈을 건설사들이 메우고 있는 것인데, 아파트 분양을 위해 단지 내 건설되는 보육시설은 아무래도 폐쇄성을 지우기 힘들 수 밖에 없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뢰할만한 보육 혜택을 받기 위해 고가의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보육 인프라가 늘수록 보육의 질에 지역적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유명업체가 단지 보육시설을 위탁 운영하더라도 계약기간 동안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보육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공공 보육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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