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서 동쪽으로 100㎞ 떨어진 항구도시 이즈미트시에 자리잡은 현대자동차 터키공장. 1997년에 지어진 현대차 최초의 해외공장이라 좀 낡았을 거라는 선입견은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지난 7일(현지시간) 찾은 공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700여명이 견학을 다녀갔지만 올해엔 지난 10월에 벌써 2,000명을 찍었다"며 "터키에 진출한 경쟁사 공장 중 가장 핫(hot)한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은 유럽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대차가 최근까지 4억7,500만유로(약 7,000억원)를 투자해 리모델링한 공장.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과 맞닿아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데다, 무관세로 유럽 수출이 가능한 지역이어서 현대차는 다른 지역 공장 신설 대신 이곳의 설비증설을 택했다. 외형은 거의 키우지 않고도 생산 능력은 기존 10만대에서 20만대 규모로 늘렸는데, 2개의 생산 라인을 하나로 합쳐 다양한 차종을 주문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차체공장 분위기는 국내 여느 공장과 비슷했다. 2,300톤 규모의 프레스설비가 힘찬 소리를 내며 '신형 i10'의 차체를 찍어내고 있었고, 역시 이번 증설의 결과물인 '자동화율 100%'의 용접로봇이 불꽃을 튀기며 바삐 움직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설비 교체와 증설로 질적 성장도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서 조립된 차체는 도장 공장을 거쳐 현대차 인도 공장에서 들어온 엔진과 한국에서 수입된 변속기가 조립돼 의장조립라인으로 넘어갔다.
드러누워도 될 만큼 깔끔히 정리된 공장에서 붉은 티셔츠를 입근 근로자들이 절도 있게 움직이는 의장라인 분위기는 국내 공장과 달랐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변을 유난히 깔끔하게 정리하는 현지인들 덕분에 전세계 현대차 공장 중 가장 쾌적한 작업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며 "활기차고 진지하게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만으로도 여기서 생산된 자동차는 믿고 탈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이 작업시간에 신문 잡지를 보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설비 증설과 함께 신형 i10 양산을 시작한 현대차는 내년 10월부턴 i20의 후속 모델인 'GB'(프로젝트명)도 터키 공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1,600명 수준인 현재 고용규모가 풀가동 체제에 들어가는 내년엔 2,200명은 되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협력사들의 인력 확충분까지 고려하면 신규고용 규모는 2,700여명에 이를 적으로 추정했다. 고용증대효과가 이렇게 큰 만큼 터키 당국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김병진 터키생산법인 공장장은 "이번 증설로 연구개발-생산-판매를 잇는 유럽 현지화 네트워크를 완성했다"며 "체코공장과 함께 현대차의 유럽 양대 생산 거점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즈미트(터키)=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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