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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온건파 집행부 2년 만에 컴백 "투쟁보다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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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온건파 집행부 2년 만에 컴백 "투쟁보다 협상"

입력
2013.11.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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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9년 무분규 노사협상을 타결지었다. 파업이 일상화됐던 현대차 노사 관행에서 그야말로 '획기적 사건'이었다. 이후 3년 동안 무분규는 지속됐고, 현대차에도 마침내 산업 평화의 시대가 열린다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현대차는 이 시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비약적인 질주를 이어갔다. 공적 자금을 수혈 받은 미국 자동차회사들, 리콜 엔고 및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악재가 겹친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현대차는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주문이 쏟아지는데 파업으로 공장이 멈춰서면 제때 차를 공급할 수 없고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현대차의 돌풍 배경엔 노사 관계 안정이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2년 현대차는 다시 노사분규를 겪었다. 올해도 봄엔 주말특근 거부, 여름엔 부분파업이 이어졌다. 같은 시기 일본차들은 대대적 반격을 시도했고, 현대차의 미국시장 내 점유율은 정체 상태에 빠져들었다.

분규가 없었던 2009~2011년과 파업이 재발했던 2012~2013년, 현대차 노조는 지도부가 달랐다. 무분규를 주도했던 실리형 지도부가 퇴진하고 강성지도부가 출범하면서 파업이 다시 시작된 것. 강성의 현 지도부는 작년과 올해 40여차례(잔업, 특근 포함)나 크고 작은 파업을 했고 이로 인한 생산차질규모 20만대, 생산차질액 4조4,000억원에 달했다.

8일 끝난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경훈 신임 위원장은 과거 3년 연속 무파업을 이끌었던 당사자. 2년 만에 다시 노조대표로 복귀하게 됐다.

이날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선거 결선투표에서 이경훈 후보는 52.09%의 표를 얻어, 중도노선의 하부영(46.85%)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을 제쳤다. 신임 이 위원장은 현대차 노조 내 5개 계파 가운데 실리성향으로 분류된다.

사실 이번 선거의 하이라이트는 결선투표가 아닌 1차 투표였다. 총 5명이 출사표를 던진 1차 투표에서 실리노선, 중도노선 후보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면서 강성으로 분류됐던 3명 후보가 모두 일찌감치 고배를 마신 것이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강성후보가 모두 1차 예선고비를 넘지 못했다는 건 조합원들도 투쟁일변도 노선에 피로감을 느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았다. 속사정이 무엇이든, 평균 연봉이 억(億)대에 육박하는 정규직 노조원들이 '더 많이 받겠다'며 머리띠를 두르는 모습은,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들의 고단한 환경에 비춰볼 때 결코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었다.

실리형 지도부의 출범으로 현대차엔 산업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게 됐다. 물론 새 지도부가 내건 ▦40시간 완전월급제 ▦400만원대 기본급 시대 개막 ▦4,000세대 전원주택지 분양 ▦성과분배 2배 확대 등을 보면 향후 노사협상이 순탄하지만은 아닐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그래도 파업보다는 협상을 통해 최대치를 이끌어내는 스타일이라 현대차의 파업공포는 줄어든 게 사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국내 공장이 파업을 거두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현대차 경쟁력은 한층 커질 것이다. 이를 통한 수익 확대, 이익 배분으로 노사가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의 산업평화는 다른 사업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산업계 전반의 노사관행 변화도 예상된다.

이 위원장도 당선 인사에서 "26년 낡은 악습을 과감히 버리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단체교섭의 원칙과 기준을 확립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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