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참여해 사흘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이란 핵협상이 결국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의 두 당사자인 미국과 이란은 전에 없이 협상 내용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등 20일 재개될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났다. 당사국조차 타결 가능성을 점쳤던 이번 협상이 막판 결렬된 것은 프랑스가 이례적으로 협상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협상에서 논의에 진전이 있었으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추가 회담에선 합의가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강도 높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며 구체적인 진척도 있었다"며 "우리의 목표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다시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해 "프랑스가 합의안 초안에 대해 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최근 들어 이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했는데, 이는 서방의 대이란 정책이 주로 미국의 입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프랑스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대해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것을 허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또 파비위스 장관이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의 기자회견에 앞서 협상 결렬 사실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다른 협상국들이 격노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타결 실패에도 협상 당사국들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협상은 논의를 위한 기초를 닦는 좋은 회담이었기 때문에 전혀 실망스럽지 않다"며 "다시 모이는 자리에선 합의를 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협상국들이 입장 차를 좁혔을 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BBC는 "케리와 자리프는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선 가볍게 한번 만난 게 전부였지만 이번엔 거의 10시간 동안 머리를 맞댔다"며 "지난 10년보다 사흘 간의 협상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BBC방송에 출연해 "정확하게 언제 결론이 날지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며 "이란과 서방국가 간 핵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에선 이란이 최대 6개월까지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P5+1이 이란 경제를 압박해 온 금융 제재안 일부를 완화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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