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러시아에 최대 탐지거리 1,000㎞에 달하는 장거리탐지레이더의 기술 이전을 타진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 기술은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대응하는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는데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한러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미국산 무기 일변도의 군 전력 운용에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로 해석돼 주목된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방부로 구성된 정부 합동 대표단은 지난달 29일 러시아로 건너가 '경협차관 연기조정 실무회의'를 가졌다. 12일 방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 양국간 주고받을 선물 꾸러미를 조율하는 자리였다.
회의에서 양측은 한국이 1991년 구 소련에 제공한 차관의 일부를 탕감하는 대신 러시아의 장거리탐지레이더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조건 등이 맞지 않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와 함께 장거리탐지레이더를 보호하는 방어무기인 대 레이더미사일(ARM)의 제작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러시아와 논의한 군사기술은 타당성 검토를 거쳐 우리 군 전력에 특히 유용하다고 판단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는 두 차례의 불곰사업을 통해 러시아제 무기를 들여왔지만 성능이 떨어지고 부품조달이 원활하지 못해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이에 군사기술 도입으로 방향을 돌려 2007년 한러 군사기술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를 통해 박근혜정부가 양국간 군사협력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셈이다. 다만 러시아가 최첨단 군사 기술을 순순히 내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초 15억 달러를 넘어섰던 대 러시아 차관은 현재 절반 수준인 8억 달러 가량 남아있는 상태다. 러시아가 매년 7,500만 달러씩 갚고 있어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차관 문제가 해결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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