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후한 1기 신도시 아이들이 살린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후한 1기 신도시 아이들이 살린다

입력
2013.11.10 18:37
0 0

회사원 박모(38)씨는 2004년 결혼하면서 일산 신도시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1기 신도시가 노후화, 고령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두 아이(초등학생, 유치원생)를 둔 그는 이사할 생각이 없다. 박씨는 "아파트 단지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있고 고양외고 등 지역 명문학교도 갈 수 있으니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해도 계속 살 것"이라고 했다.

10일 본보가 입수한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1기 신도시의 고령화 비율(65세 이상 인구) 평균값(7.6%)은 전국 평균(11.3%)이나 수도권(9.2%)보다 훨씬 낮았다. '1기 신도시=은퇴자들의 마을'이라는 통념을 깨는 통계 수치다. 특히 분당의 경우 10~19세, 20~29세 인구 비중이 전반적인 저출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각 14, 15%대, 13%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분당 일산 평촌 등 우리나라 1기 신도시는 입주 20년이 지나면서 주택과 기반시설이 노후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헌 도시 되어가는 1기 신도시'(본보 3월 5일 1, 7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흔히 우리나라 1기 신도시의 미래를 일본 수도권 신도시 '다마뉴타운'의 암울한 현실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1971년 입주를 시작한 다마뉴타운은 현재 초기 입주한 주민들과 함께 쓸쓸히 늙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직장과 아이들의 학교를 찾아 30㎞ 정도 떨어진 도쿄로 떠나면서 도시가 비어버린 것이다. 언론들은 다마뉴타운을 '고령화로 초등학교 300곳 중 절반 폐교, 노인시설로 사용' '중심상권 간판 내려, 은퇴노인만 남은 정지된 도시'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올 초 일본 현장을 직접 답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토연구원 연구 결과 이런 우려가 잘못된 것임이 드러난 것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1기 신도시는 젊은 세대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고, 이들의 자녀가 신도시 학교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젊은 세대가 1기 신도시를 찾는 이유는 서울보다 주거비용은 싼 반면 교육, 주거환경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는 도시계획 아래 건설돼 녹지가 많고, 상업시설과 학교가 아파트 단지 안이나 걸어서 갈 거리에 들어서 있다.

경의선 복선화(일산), 지하철 개통 및 연장(분당) 등 교통여건 개선 역시 1기 신도시의 장점이다. 11년 전부터 분당 신도시에서 자란 황모(27)씨는 "올해 서울 여의도에 직장을 얻었지만 출근 시간은 1시간20분 정도"라며 "분당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엔 판교테크노밸리 등이 입주하면서 분당에 직장을 얻은 친구들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로 통근하는 1기 신도시 주민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점차 자족도시의 모습도 갖춰가고 있다. 일산 신도시의 경우 1995년 전체 주민의 60%가 서울로 출퇴근을 했지만 2010년엔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신 1기 신도시의 통근지역 중 동일 시ㆍ군ㆍ구 비율은 22%포인트나 늘었다.

김중은 국토연구원 연구원은 1기 신도시의 미래를 낙관하면서도 "2010년부터 1기 신도시의 순수 전입 인구가 감소한 것도 사실인 만큼, 어느 순간 급속한 고령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며 "부동산 침체 상황을 감안할 때 대규모 리모델링은 힘들더라도 배관 및 창틀 교체 등 꾸준한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현재 주거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