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건의 사법처리 여부와 관련해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대목은 참여정부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에서 대화록 초본이 삭제된 경위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그동안 "이지원에는 삭제 기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따라서 삭제된 경위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검찰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의해 청와대에서 생산된 모든 문서는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지원에서 초본을 삭제했다면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당시 회담에 배석해 직접 녹음을 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국가정보원이 푼 녹취록을 넘겨 받아 2007년 10월 9일 이지원에 등록한 초본이 실제 회담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완성본'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특히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수정 지시에 따라 초본의 "NLL 문제를 임기 중 해결한다…"는 문구를, 수정본에서 "NLL 문제를 임기 중 치유한다…"로 고친 부분이다. 이는 단순한 표현 수정이 아니라 "본질적인 내용까지 건드린 것"이며, 초본 삭제도 이를 은폐하기 위한 행위라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또 초본 삭제 경위 및 의도를 밝힐 주요 증거로 조 전 비서관이 2008년 2월 15일 오전 7시30분쯤 이지원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메모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 메모에는 "대통령님 지시에 따라 국정원과 협의하여 회의록을 꼼꼼하게 수정하였음. 안보실장과 상의하여 보안상 회의록을 이지원 문서관리카드에서 삭제하고, 대통령님만 접근하실 수 있도록 보고 드림"이라고 돼 있다.
검찰은 이를 조 전 비서관이 초본 삭제에 관여한 유력한 증거로 보고 있다. 초본 삭제 행위가 위법하다면 조 전 비서관이 사법처리 대상자로 거론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그렇게 보고했는지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기록관리만 담당했지 삭제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삭제 실무는 당시 청와대 업무혁신 부서에서 담당했다고 보고 해당 부서에서 근무했던 비서관과 행정관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 검찰은 삭제 행위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와 대상자를 수사결과 발표 때 설명할 예정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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