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1,700억원대 부당 대출(한국일보 9월28일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도쿄지점이 조성한 수십억원의 불법자금이 국내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사용처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 도쿄지점장이 대출을 승인해 주고 받은 커미션 중 일부가 국내로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2008년부터 5년간 20개 이상의 우리나라 기업 현지 법인에 대출 가능 한도를 초과해 최소 1,700억원 이상을 부당하게 대출해줬다가 8월 말 일본 금융청에 적발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9월 초부터 도쿄지점 부당대출 건을 검사하던 중 이 모 지점장이 대출 과정에서 5~10% 가량의 수수료를 챙긴 것을 적발했다. 또 이 수수료 중 20억원 이상이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 돈의 쓰임새를 확인하기 위해 이 지점장 등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돈이 KB금융 전 경영진의 비자금이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전 경영진이 여러 차례 도쿄지점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차 일본 출장 중 수 차례 도쿄지점을 방문했고 이후 도쿄지점장이 승진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지점장은 2004년 도쿄지점장으로 발령을 받고 2년 간 일한 뒤 2010년 1월 다시 도쿄지점장으로 발령이 나 작년 말까지 3년 동안 근무했다. 금감원은 최근 3, 4년 간 이 모 씨의 자금 송금내역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현재 해당 지점장을 검찰에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대기 발령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며 "다만 비자금 조성시기는 직전 경영진 재임 시절"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부당 대출을 통한 의혹이 다른 시중은행 해외 점포에도 있을 것으로 보고 해외 점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산업은행 등 11개 은행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현지법인과 지점은 145개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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