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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시대, 마을 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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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시대, 마을 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해요"

입력
2013.11.1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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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의존서 탈피… 에너지 사용방식 바꿔야…獨, 최소 냉난방 유지하는 '패시브 하우스' 짓기 열풍""근린의식 가진 지역공동체 의견 공유 통해 유대감美 포틀랜드선 車 대신 자전거·경전철 이용 노력"

2008년 세계경제는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은 후 2010년 초 일시 회복조짐을 보이다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다시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일부에서는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더 이상 성장에 몰두하기 보다 공유경제와 공동체 사회를 추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환경ㆍ경제 전문가이자 의 저자인 리처드 하인버그(63) 미국 탈탄소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이 주제를 놓고 7일 오후 서울시 신청사 시장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박 시장과 하인버그 수석연구원은 모두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탈피, 마을공동체 복원 등을 강조했다. 하인버그는 "성장 이후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값 비싸고 감소해 가는 에너지 자원에 덜 의존하고, 지역 중심의 공동체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필요성을 피력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 하인버그 수석연구원의 대담이다.

▲박원순 시장=서울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도시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저탄소 사회 또는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 등 서울시도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 대한 인상과 저탄소 사회와 같은 박사님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방법에 대해 말해 달라.

▲리처드 하인버그=청년허브(Youth Hub)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더 적은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더 적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현재 우리의 에너지 사용방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교통, 식품체계(food system), 건물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차의 사용을 자제하도록 자전거타기를 권장하는 게 중요하고 건물의 경우도 좀 더 적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령 독일에서는 최소한의 냉난방을 유지하는 설계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짓기 열풍이 일고 있다. 이런 운동을 통해 실제 많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

▲박 시장=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과 공유를 지향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조언을 부탁한다.

▲하인버그=공유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노력들은 시 단위에서 추진하는 것만큼이나 지역단위에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사례도 많이 보았다.서울에 근린의식(a sense of neighborhood)을 지닌 특별한 지역공동체가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경우 시민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 경전철을 이용하려고 서로 노력한다. 근린의식은 사람들이 다른 이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공유하도록 하고, 이는 유대감 및 파급효과를 강화시킨다.

▲박 시장=고도성장을 해 온 한국사회에서 제로성장시대에 대해 이야기 하면 일반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을 것 같다. 박사께서 말씀하신 저성장, 성장제로시대가 도래한다고 했을 때 심리적 또는 제도적으로 충격 받을 시민을 위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인버그=대체 경제지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메릴랜드주는 GPI(참진보지수ㆍgenuine progress indicator)를 GDP의 대안 경제지표로 도입했다. 이는 단순히 경제성과만을 측정하는 GDP와 달리 인간의 노동, 육아, 여가활동 등에서 얻는 만족, 행복을 담은 수치다. 음악, 예술, 특히 로컬 아트와 같은 문화적 경험을 촉진시키는 것은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준다. 이러한 부분을 지원해 사람들이 경제적 고통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미래의 변화를 이해시키는데 창의적 예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디오, TV, 영화와 같은 예술은 사람들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변화에 대해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저성장시대가 도래하면 사회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경제상황이 바뀌는 게 누군가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지구가 '유한한' 행성이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지식인, 작가, 예술가, 영화제작자들이 이러한 큰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박 시장=향후 제로성장의 가능성에 대비한다고 했을 때 서울시와 같은 대도시가 할 수 있는 방식에는 무엇이 있는가?

▲하인버그=서울시가 하고 있는 많은 좋은 정책들이 강요가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과 의지에 의해 평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도 영국의 친환경 자연주의 마을인 '토트네스'와 같은 대안적 마을 공동체(Transition Town)가 도입된다면 매우 긍정적인 도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리=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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