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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사이에 낀 제주도, 미술의 세계적 중심지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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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사이에 낀 제주도, 미술의 세계적 중심지로 조성"

입력
2013.11.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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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중심으로 미술계의 기운이 아시아로 흐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ㆍ중ㆍ일 사이에 낀 제주도는 그 기운을 받아 들이기에 최고의 요건을 가진 곳입니다."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에 국제예술특구 조성을 천명한 박철희(38) 베이징 갤러리문 대표는 최근 중국 예술가들의 제주 유치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설립된 아시아예술경영협의회 공동 대표이기도 한 박 대표는 "천정고가 높은 미술관을 지어 대작을 걸고 그 주변에 아시아 유명 화가들의 작업실을 섬처럼 조성하는 것이 현재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펑정지에(45)를 2011년 제주 한경면 저지리 예술인마을에 첫 해외 주민으로 입주시킨 숨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당시 예술가촌을 없애 예술가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던 중 박 대표가 펑정지에에게 제주 저지리 예술인마을 얘기를 꺼내 그의 제주도 정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펑정지에는 저지리 예술인마을 땅뿐만 아니라 해변가에 별도의 작업실 부지도 사들였다. 이 같은 영향으로 다른 중국 화가 3명도 그곳 부지를 매입했다.

'중국통'인 박 대표의 주선으로 지난달 19일 제주현대미술관에서 펑정지에 개인전도 열리게 됐다. 전시회 오프닝 행사에는 우근민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서울에서 온 취재진, 중국 본토에서 축하를 위해 날아온 중국인들까지 북적댈 정로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어떻게 박 대표가 '중국 현대미술 4대 천황'으로 불리는 쩡판즈, 장샤오강 등의 화가뿐만 아니라 '유리인간'으로 유명한 화가 우밍중, 조각가 천원링 등의 예술가들과 각별한 사이가 됐을까. 박 대표가 중국과 인연을 맺은 지는 10여 년 정도. 2000년대 초반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기 위해 중국 땅을 처음 밟았다. 중국 유학을 하면서 그는 미술품 경매장에서 한국작품 출품을 중개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 때 중국 화가들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중국 경매장에는 현대미술의 비중은 서화에 비해 형편없었지만 늘 서화만 보던 박 대표에게 특이한 화풍의 중국 현대미술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업실을 찾는 것이 그의 일과가 됐다. "중국에선 아직도 시서화에 능하면 문인으로 여겨 대우를 해주는 분위기가 있죠. 제가 서예와 서화를 잘 알고 상업적으로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화가들이 마음의 문을 연 거죠."

현금 뭉치를 들고 오는 컬렉터들과 달리 그는 기껏 김을 사 들고 왔지만 화가들은 그를 반겼다. 최근 아시아 현대미술 사상 최고가 낙찰기록(250억원)을 세운 그림 '최후의 만찬'의 작가 쩡판즈는 그때 이미 스타였지만 문턱이 닳도록 작업실에 오는 박 대표에게 직접 밥을 해줄 정도였다. 당시 막 인기 예술가 반열에 오른 펑정지에나 천원링은 지금 그와 허물없이 속을 터놓는 친구다.

박 대표는 외국인 화가를 제주도에 데려오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의 작가들을 한 데 모으는 것입니다. 서양 컬렉터들이 오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아시아 중심의 국제예술특구를 제주도에 만드는 거죠."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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