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태풍 하이옌(Haiyan)이 필리핀 중남부를 강타하면서 사망자가 1만2,500명에 이를 것이라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필리핀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 이번 태풍은 순간 최대풍속이 시속 379㎞에 달해 전 세계 태풍 관측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1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하이옌의 직격탄을 맞은 필리핀 중부 레이테섬은 주도 타클로반에서만 사망자가 1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미니크 페틸라 레이테 주지사는 “20만명이 거주하는 레이테섬 전체 주택과 건물의 70~80%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레이테섬 바로 옆의 사마르섬에서도 사망자 300명에 실종자가 2,000명 이상이라는 외신 보도가 속속 전해지는 등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밝혔다. 달리는 기차도 탈선시킬 정도의 메가톤급 강풍에다 5~6m가 넘는 폭풍 해일이 한꺼번에 덮쳤고, 피해지역 사망자 대부분은 불어난 물에 익사하거나 무너진 건물 안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필리핀 방재당국에 따르면 레이테섬과 사마르섬 외에 알바이 등 36개주에서도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나 428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고, 34만2,000명이 공공대피소로 피신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타클로반을 방문한 마누엘 로하스 필리핀 내무장관은 “물과 전기, 수도 등 모든 문명의 자취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면서 “통신수단을 비롯해 미디어 전체가 초토화돼 생존자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당수 피해지역이 고립되고 구호물품이 전달되지 못하면서 시민들이 음식을 구하기 위해 곳곳에서 쇼핑몰 등을 약탈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필리핀 정부는 1만5,000명의 군 병력과 수송기, 헬기 등 가용장비를 총동원해 시신수습과 복구작업, 구호물자를 실어 나르는 등 구호활동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피해규모가 워낙 커 피해상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은 “정부는 피해지역에 대한 구호 및 의료지원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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