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는 언제나 옆에 있기에 내 모든 것은 네 것이다."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낸 것을 뒤늦게 후회하고 귀향한 춘환(55)씨. 지리산 뱀사골의 하늘 아래 첫 집의 오형제의 맏이는 그는 4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뜻을 따르며 살고 있다. KBS 1TV가 11일~15일 오전 7시 50분에 방송하는 '인간극장'은 귀향해 선친의 유지에 따라 농사를 짓고 있는 춘환씨와 네 동생의 우애와 가족 사랑을 담았다.
춘환씨는 세상 공부를 하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19살에 마을 이장이 됐다. 하지만 혈기 넘치는 춘환씨는 이장일보다 도박으로 허송세월하며 청춘을 보냈다. 가정을 내버리고 방황하기를 10여 년. 춘환씨의 아버지는 그런 큰 아들을 탓하기 보다는 큰 아들을 원망하지 못하도록 다른 네 아들을 엄히 단속했다. 아버지는 장남을 중심으로 한 형제간 우애를 가장 중시했기 때문이다. "큰 형의 말이 곧 법이다"며 맏이의 권위를 세워주던 아버지 덕분에 네 동생들은 춘환씨의 뱀사골 고향 모임에 군말없이 모인다.
춘환씨는 불효했던 젊은 시절을 반성하며 지금은 어머니를 도우며 농사일에 열심이다. 그는 깊어가는 지리산의 가을과 함께 감, 콩, 깨, 토종꿀 등으로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마음을 다잡고 고향인 뱀사골에 정착한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2006년에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바이러스성 괴질로 인해 국내 토종벌의 90%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때 춘환씨의 양봉사업도 직격탄을 맞았고, 꿀 가공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조합원들도 모두 떠났다. 몇 년 간 꿀 농사를 지을 수 없었지만 춘환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틈틈이 농대를 다니며 공부했다. 올해 처음 벼, 옥수수, 고구마, 고추, 배추 농사로 초보 농사꾼의 일상도 익혀가고 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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