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는 수년 전부터 트랜스지방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 악성지방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2007년부터 정부가 '트랜스지방 줄이기'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식품업체들은 이미 트랜스지방이 별로 나오지 않는 액체식물성 팜유 등을 사용해왔다.
그 효과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과자류의 1회 제공 기준량(30g) 당 트랜스지방 평균 함량이 2005년 0.7g에서 지난해 0.05g으로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트랜스지방 섭취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감자튀김 역시 2.9g에서 0.1g으로 줄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트랜스지방 기준치 자체가 미국보다 엄격하다. 미국에선 가공식품의 1회 제공량 당 트랜스지방이 0.5g미만이면 영양성분표에 0g으로 표시할 수 있게 하는데, 국내는 그 기준이 0.2g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음식을 만들 때 어떤 형태로든 트랜스지방이 조금은 나오기 때문에 완전 제로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0.2g정도면 0g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미국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에 의해 식품을 만들고 있던 터라 이번 미FDA조치에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해태 관계자는 "이미 트랜스지방을 줄여온 터라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도 "초코파이를 미국에 처음으로 수출할 당시 트랜스지방 기준을 초과해 수입을 거절당한 이후 트랜스지방을 이미 줄여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들이 트랜스지방에서 해방된 식생활을 꾸려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FDA가 이번에 사용금지조치를 내린 부분경화유(마가린 등)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고, 때문에 식당, 분식점 등의 음식에는 여전히 많은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정에서 조리되는 음식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회사뿐 아니라 일반 식생활의 변화가 함께 따라야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이와 관련,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적은 식품을 구매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식약처의 외식 영양성분자료집(http://www.kfda.go.kr/nutrition/index.do)을 보면 치즈케이크(1/4조각) 0.6g, 생크림케이크(1/4조각) 0.3g, 햄버그스테이크 0.2g 등 주요 식품의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파악할 수 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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