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가 돼서야 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크게 놀랐어요. 못 다한 세월만큼 앞으로 형과 자주 만나며 지내고 싶습니다."(레오 드메이)
8일 한국전쟁 때 전사한 캐나다 참전용사의 두 아들이 서로의 존재를 모르다 60년 만에 한국에서 상봉했다.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앙드레 브리즈브와(64)씨와 레오 드메이(60)씨. 두 형제는 20세의 나이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부친 앙드레 레짐발드씨가 1952년 9월 5일 경기 연천의 고왕산 355고지 전투에서 전사하면서 캐나다의 각기 다른 집으로 입양됐다. 당시 브리즈브와씨는 두 살이었고 드메이씨는 태어난 직후였다.
형제의 극적인 상봉은 입양기관을 통해 부친이 참전용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드메이씨가 2008년 부친이 안장된 부산 유엔기념공원의 관리인으로 근무하게 된 게 계기가 됐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캐나다의 한 현지 언론이 보도한 드메이씨의 사연을 통해 부친의 안장사실과 동생의 존재를 브리즈브와씨가 알게 됐다. 그는 한국정부에 이를 알렸고, 형제는 국가보훈처 주최로 7~13일까지 열리는 '부산 유엔기념공원 안장자 유족 초청행사'에서 60년 만에 만날 수 있었다.
브리즈브와씨는 "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전사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동생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늦게라도 만나게 돼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드메이씨는 이런 사연을 담은 책 '워 리플(War Ripple)'을 발간할 예정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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