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는 국내 참치 시장의 70%를 점유한 동원산업이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위조 문서로 불법 어업을 한 사실을 전세계에 폭로했다. 태평양에서 가장 많은 56척의 원양 참치 선망어선을 보유한 원양 참치 어획량 세계 3위 한국의 체면은 한 방에 구겨졌다.
하지만 동원은, 국제 추세에 아랑곳 않고 집어장치(FAD)를 동원한 혼획(混獲)을 고집해온 완강한 기업으로 이미 악명 높았다. 망망대해에서 벌어지는 이런 해양 생태계 파괴 어업에 시비를 걸고 나선 것도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였다. 그들 뒤에는 세계 52개국에서 활약 중인 그린피스 지역 네트워크가 있었다. 서울 사무소는 내년부터 한국 원양어업의 문제점을 보다 격렬하게 문제 삼을 참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김준동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국회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지난 해 기준 26%선인 원자력 발전비중을 민간 워킹그룹 권고 범위(22~29%) 이내에서 가급적 높은 수준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자로를 더 짓겠다는 정부 의지를 담은 이 메시지는 신규원전 반대를 1단계 중심 활동으로 정한 그린피스에게 더 험난한 싸움을 예고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한국 전력산업의 탈원전 가능성 검토를 끝냈고 연도별 시나리오까지 갖고 있다"며 "국제 사회와 공조해 한국 정부의 원전 확대 방침에 대해 흔들림 없이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린피스의 저 자신감과 '100전 100승'의 비결을 알고 싶었다. 헌신과 열정으로 사회적 현안에 맞서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처우에는 눈도 못 돌리는 대다수 로컬 NGO와 뭐가 다르고 어떻게 다른지 살피고자 했다.
"우리는 전문가들이 먼저 대안을 검토해 '된다'고 판단한 사안에 한해 캠페인을 시작하고, 일단 벌인 일은 성과가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전문적 능력을 얻으려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교육 휴가 건강 등 로컬 NGO들이 엄두내기 힘든 조건들을 그린피스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설명했다.
42년의 활동 성과와 순수 민간 후원으로 이룬 자립 재정의 선순환 구조 위에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서 있었다. 지난 달 28일 재단법인으로 등록한 서울 사무소도 내년부터 모금을 시작한다. 서울 사무소의 자립 여부는 일단 그들의 활동 성과에 연동되겠지만, 한국 NGO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은 지표이기도 할 것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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