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내주 시작되는 원자로 4호기 핵연료봉 제거 작업에 앞두고 주일 외국인특파원 공동취재단에게 7일 현장을 공개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대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원자로 전원 공급이 차단돼 원자로 내부의 핵연료봉이 녹아 내리는 노심용융과 원자로 건물 수소폭발 등이 발생,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상 최악의 사고로 이어졌다. 사고 직후 도쿄전력은 핵연료봉이 녹지 않도록 원자로에 엄청난 양의 냉각수를 쏟아 부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수가 원전 항만 외부로 유출되는 제2, 제3의 사고가 일어났다. 이런 가운데 도쿄전력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허가를 얻어 내주 원자로 내부의 핵연료봉을 빼내는 작업을 시작한다. 도쿄전력은 이 일이 30~40년이 소요되는 원전 폐로 작업의 2단계 과정으로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하나 방사능 덩어리인 핵연료봉의 제거에는 위험 요소가 많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동취재단은 이날 오전 9시40분 후쿠시마 제1원전에 도착하자마자 특수 내의와 양말 두 켤레, 방호복을 지급받았다. 여기에 면 장갑과 고무장갑을 낀 다음 전면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야 현장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직원들이 신발에 씌우는 비닐을 갈아줬다. 원전 내부의 방사능 오염이 여전히 심각한 상태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오염수 탱크가 즐비한 H4구역이다. 원자로 냉각에 사용하고 남은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에서 8월 19일 300톤 가량의 오염수가 유출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곳이다. 오염수 유출 사고가 있었던 곳은 이날 시간당 37마이크로시버트(μSv)의 방사선량이 측정됐다. 이곳에 있는 1,000여개의 탱크는 오염수 40만톤 정도를 저장할 수 있는데 이미 35만톤 정도가 찼다.
오노 아키라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은 "오염수 정화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재가동하면 오염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설비가 잦은 고장으로 가동 중단된 전례가 있어 도쿄전력의 설명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동취재단의 반응이다.
이날 투어의 핵심인 4호기로 향했다. 지난해 5월 공동취재단이 처음 4호기를 방문했을 때는 원전사고 당시 발생한 수소폭발로 건물 전체가 휴지조각처럼 파손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철판으로 외부 전체를 가렸는데 이 때문에 부러진 뼈를 깁스 붕대로 지탱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4호기 안에 들어서자 도쿄전력 직원이 "이 곳의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109μSv"라고 알려줬다. 연간 피폭량으로 환산하면 950밀리시버트(mSv)로 일반인 연간 피폭한도(1mSv)의 950배나 된다. 게다가 공동취재단이 가져온 방사능 측정기에는 283~306mSv가 찍혀 있었다.
4호기는 다음주 시작할 핵연료봉 제거 작업 준비로 분주했다. 저장수조에는 1,533개의 핵연료봉이 잠겨 있으며 지금도 강한 방사선량을 뿜어내는 사용후 핵연료봉도 1,331개나 보관돼있다. 도쿄전력은 이들 핵연료봉을 모두 건물 밖으로 꺼내 원자로 외부의 공용 저장수조로 옮길 예정이다. 예상 기간은 내년 말까지다.
핵연료봉 제거 작업을 담당하는 도쿄전력 직원 하라 다카시는 "수소폭발 당시 엄청난 양의 잔해가 연료 저장수조에 떨어졌으나 수중 청소기 등으로 제거해 현재 큰 파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조 속에 미세한 잔해가 적지 않아 핵연료봉 인출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1~4호기 인근 해안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월 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오염수 문제는 원전 항만 0.3㎢ 이내에서 완전 차단돼있다"고 호언장담한 곳이다. 하지만 공동취재단이 3호기 옆 해안에서 방사능 측정기를 대자 방사능 수치가 시간당 820μSv까지 치솟았다.
오노 소장은 4호기 저장수조에서 핵연료봉을 꺼내는 작업과 관련해 "정상 가동중인 원전에서도 사용후 핵연료봉을 꺼내기 때문에 이 일만 유난히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분기마다 건물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있고 내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폐로에 자신감을 비쳤다.
하지만 다나카 ??이치 원자력규제위원장은 "오염수 문제보다 핵연료봉 반출 작업이 더 걱정"이라며 "핵연료봉에는 핵분열 생성물과 우라늄, 플루토늄이 가득해 반출 과정에서 피복관이 손상되는 것은 두려운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후쿠시마제1원전공동취재단ㆍ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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