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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에 쫓겼나 도심 곳곳서 "멧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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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에 쫓겼나 도심 곳곳서 "멧돼지다!"

입력
2013.11.0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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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의정부, 성남 분당 등 수도권의 도심 한복판에 8일 하루에만 4마리의 멧돼지가 나타나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에 의해 사살되거나, 도망치다 철제 담을 들이받고 죽었다. 멧돼지들은 도로와 주택가, 백화점 주변, 초등학교 운동장까지 헤집고 돌아다녔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농촌 지역의 멧돼지는 한겨울 먹이 부족 때문에 농가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지만 도시 지역에 출몰하는 멧돼지는 교미철을 맞아 영역 다툼에서 밀렸거나 사냥개 등에 쫓겨 도망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울러 수도권 산림 지역의 난개발과 최근 지자체들마다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 탐방로 때문에 활동 범위가 좁아진 것도 멧돼지의 출몰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날 오전 10시쯤 경기 의정부시 중앙초등학교 운동장에 몸무게 150㎏ 가량의 멧돼지 1마리가 나타났다. 이 멧돼지는 지하철 1호선 녹양역 부근에서 처음 발견됐고, 철로 옆길과 골목길을 따라 700~800m를 활보한 뒤 학교로 왔다.

당시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없어 인명 피해가 없었으나 멧돼지는 병설유치원 놀이터까지 이동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멧돼지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오전 9시5분쯤에는 성남 분당구 야탑동 탄천 옆 도로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도로를 활보하던 120㎏의 멧돼지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려대자 주변 백화점과 버스터미널을 거쳐 이매동 아파트 단지까지 700여m를 달아났다. 15분간 도망치던 멧돼지는 이매동 아파트 단지의 철제 담장을 머리로 들이받은 뒤 인근 카페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서울에서도 멧돼지 2마리가 나타나 모두 사살됐다. 오전 10시40분쯤 서대문구 연희동 서울외국인학교 근처에 80㎏의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한 소방당국의 추격 끝에 50분만에 사살됐다. 앞서 오전 8시30분쯤엔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 자락 주택가에 멧돼지가 나타났고, 경찰은 2시간 30분간 추격해 사살했다.

먹이가 부족한 한겨울이 아닌 11월 도심 지역에 멧돼지들이 잇따라 출몰하는 것은 수렵에사용되는 사냥개에 쫓겨 산에서 내려오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도권에선 수렵이 금지돼 있지만 멧돼지 등 위험한 동물의 경우 '유해조수구제' 허가를 받은 수렵꾼들이 사냥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지자체가 유해조수구제 허가를 남발해 경험이 적은 수렵꾼들이 산 방향으로 몰아야 할 멧돼지를 도심 쪽으로 몰아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개인당 1마리만 데리고 다닐 수 있도록 한 환경부의 수렵지침을 어기고, 사냥개를 4~8마리까지 풀어놓아 이들에게 쫓긴 멧돼지들이 도심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철훈 야생생물관리협회 부회장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초보 엽사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개를 이용해 멧돼지를 몰 때 서식지가 아닌 도심쪽으로 몰아 개에 쫓겨 나온 멧돼지들이 산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도심 안쪽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호 경기도 동물구조관리협회장은 "11∼12월은 멧돼지 교미철이라 영역 다툼이 심할 때"라며 "여기에서 밀려난 멧돼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가 도심을 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멧돼지의 도심 출몰이 잦아지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9월부터 서울대와 함께 멧돼지의 행동 특성과 이동 반경 등에 대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산이나 길에서 멧돼지와 만났을 때 절대 소리를 지르거나 등을 보이며 뛰지 말아야 한다"며 "두렵더라도 침착하게 멧돼지 눈을 똑바로 쳐다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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