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트랜스지방의 식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계획을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FDA의 공신력을 감안할 때 한국에도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FDA는 이날 식품에 첨가하는 트랜스지방이 전반적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사용 금지 조치 초안을 공개했다. FDA의 조치는 60일간 공청회 등을 거친 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트랜스지방은 안전성 입증 없이 사용할 수 없는 식품첨가제로 분류돼 사실상 퇴출된다. FDA는 이번 조치로 미국에서 연간 2만명의 심장마비와 7,000명의 심장질병 사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거릿 햄버그 FDA 국장은 "트랜스지방의 소비가 지난 20년 동안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국민 건강에 우려가 되고 있다"며 "잠재적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는 덴마크가 2003년 트랜스지방의 식품 사용을 처음 금지했으며 이후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 스위스가 뒤따랐고 2011년에는 뉴욕시도 식당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20세기 초 등장한 트랜스지방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내 튀김 또는 구이용 식품에 사용된다. 설탕혼합물인 프로스팅, 팝콘, 파이, 냉동피자, 마가린, 커피크리머, 감자튀김, 케이크 등이 트랜스지방을 사용한 식품에 속한다. 콩기름, 옥수수기름 등 식물성 기름을 고체 상태로 가공할 때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트랜스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춰 심혈관 질환이나 동맥경화, 뇌졸중 등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그 사용량은 이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식료품제조업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2005년 이래 트랜스지방 사용을 73% 줄였다고 밝혔다.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트랜스지방을 사용하지 않거나 미량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FDA는 미국민 1인당 트랜스지방 섭취량이 연 2.13㎏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많다고 우려한다. 더구나 미국의학협회(IOM)는 '트랜스지방의 사용에 안전한 수준은 없다'는 입장이고 전문가들도 하루 2, 3g만 섭취해도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이 트랜스지방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터프츠대의 앨리스 리히텐슈타인 박사는 "미국인 식품 섭취의 1%가 트랜스지방인 반면 포화지방은 12%나 된다"고 말했다.
이번 FDA 조치는 로비로 유명한 식품업계를 상대로 거둔 정치적 승리로 평가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어린이 비만을 막기 위한 학교 급식 규정 개정 때 토마토 페이스트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피자가 채소로 분류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는데 이는 관련 업계의 로비 때문이었다.
한편 한국에서는 2007년 12월부터 과자, 빵, 음료 등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의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의 영양섭취기준에 따라 트랜스지방을 가급적 적게 먹고 하루 섭취 열량의 1% 이상 섭취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기준은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 2,500㎉중 트랜스지방 2.8g 이하, 성인 여성은 2,000㎉ 중 2.2g 이하로 제한하며 만 1, 2세는 1.1g, 만 3~5세는 1.6g을 넘지 않도록 하고 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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