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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9일] 성(性) 판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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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9일] 성(性) 판별

입력
2013.11.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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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의 성(性) 분화만큼 신비로운 자연현상도 드물다. 생명의 탄생과 직결되어 그렇고, 암수의 크기와 형태, 색깔의 차이인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도 흥미롭다. 이런 이형성은 수사슴의 뿔, 꿩이나 공작 수컷의 화려한 깃털처럼 짝짓기 경쟁과 관련되기도 한다. 포유류의 경우에는 암수의 몸집 차이가 클수록 짝짓기 형태가 '일부다처제'에 가까워진다. 암수 바다코끼리의 몸집 차이에 비춰보면 인간은 일부일처제가 적합한 셈이다.

▲ 반면 대부분의 곤충과 물고기는 암컷이 덩치가 크다. 많은 알을 낳는 데 필요한 영양과 관련이 있다. 애니메이션 의 주인공인 광대흰동가리는 자유로운 성전환으로 유명하다. 모두 수컷인 무리 가운데 가장 큰 놈이 암컷으로 바뀐다. 달팽이는 단일 생식기로 난자와 정자를 만들지만 양자의 성숙에 시간차를 두어 실제로는 다른 개체와 교미한다. 반면 지렁이는 몸 양쪽 끝에 암수 생식기를 갈라 놓아 동시에 두 개체와 교미할 수 있다. 여러 마리가 서로 꼬리를 물어 고리를 이룬 집단교미는 장관이다.

▲ 인간의 성별은 쉽게 구분됐다. 생식기의 차이인 1차 성징이 분명하고, 사춘기 이후 2차 성징의 차이도 뚜렷했다. 그런데 생물학적 진화와는 거꾸로 사회진화는 성별 차이를 줄였다. 성 역할의 구분이 흐려지고 주관적 성 인식도 다양해졌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성전환 수술도 흔해졌다. 성 염색체와 생식기 등으로 결정되는 생물학적 성별 못잖게 주관적 귀속감도 중요해졌다.

▲ 법원이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신청을 두고 혼인과 미성년 자녀 등 가족관계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도 이런 사회 변화에 맞춘 것이다. 성별 정정이 부를 가족관계 등의 혼란이 미미하다면 허용하고, 심각하다면 불허했다. 이에 비해 여성 체육인에 대한 최근의 성별 논란은 수준 이하다. 리듬체조처럼 여성성 강조 종목을 빼면, 여성 체육인의 기량은 남성화 정도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칭송은 못할 망정 멀쩡한 여성에 수치심을 안긴 몰지각은 몰매를 맞아 싸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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