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여성 교육 운동의 상징인 말랄라 유사프자이(16)의 피습을 주도했던 강경 이슬람 성직자 물라 파즈룰라(39세 추정)가 파키스탄탈레반의 최고 지도자로 선출됐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파키스탄탈레반은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북서부의 한 비공개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도부 회의를 통해 최근 미국의 무인기 공격으로 사망한 지도자 하키물라 메수드의 후임으로 파즈룰라를 뽑았다고 밝혔다.
파키스탄탈레반 내에서도 강경파로 속하는 파즈룰라는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유사프자이의 암살을 주도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파즈룰라는 탈레반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파키스탄 북서부 스와트밸리를 점령했을 당시 이 지역의 수장을 맡아 여성들의 학교 교육을 금지하는 등 지역 주민들에게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즈룰라는 학교를 불태우거나 율법을 어긴 이들을 공개 참수하는 등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당시 스와트밸리에 살던 유사프자이는 11세 때인 2009년부터 여성이 교육 받을 권리를 블로그 등에 주장하며 탈레반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탈레반은 지난해 10월 학교에서 하교하던 유사프자이에게 총을 난사해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이 강한 파즈룰라가 지도자가 되면서 파키스탄 정부와 진행하던 평화협상도 결렬 위기에 놓였다고 BBC는 전했다. 파즈룰라는 지난해 파키스탄 군인 17명을 납치해 참수하는 등 테러 등의 무력투쟁을 주도했던 인물로 전해졌다.
실제 파키스탄탈레반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공격으로 메수드가 사망한 만큼 파키스탄 정부와의 평화협상을 거절하기로 했다고 BBC에 말했다. 양측 대화가 단절되면서 파키스탄탈레반의 자살폭탄 테러 등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키스탄 파타연구센터의 세이풀라 메수드는 "우리는 전 지도자인 하키물라를 대신해 평화회담을 이어갈 수 있는 인물이 지도자가 되기를 희망했다"며 "그러나 이제 그 기회가 사라졌다"고 BBC에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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