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유출 의혹과 관련해 김무성 의원 등 새누리당 실세들을 소환하기로 한 것은 형평성 논란에 따른 여론의 역풍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9시간 동안 소환 조사를 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달리 여당 인사들에게는 서면조사라는 편의를 제공했던 검찰은 7일 김 의원이 "소환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조사 방식을 급선회하는 등 오락가락 원칙 없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소환조사 결정이 여야 의원에 대한 수사 형평성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애써 해명하고 있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김 의원의 경우 서면으로 조사한 뒤 소환 조사 시기 등을 검토할 예정이었다"고 했다. 검찰 고위관계자 역시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지만 당초 서면조사 과정을 보면서 소환을 결정하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여론에 떠밀린 결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문 의원을 비롯해 참여정부 관계자 30여명이 줄줄이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것과 비교되면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화록 유출 및 폐기 의혹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이진한 차장이 전날 "김 의원을 서면조사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금세 들통이 나면서 검찰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날 민주당 의원 50여명이 대검을 항의 방문하기 직전 검찰이 소환조사 방침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검찰은 "김 의원 등이 직접 나오겠다고 해서 소환을 결정했다"고 해명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조사 받으러 오겠다는 걸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취지지만, 이는 애당초 검찰이 김 의원 등을 적극적으로 소환조사 할 생각이 없었음을 시사하는 데다 수사 대상자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당연히 불러 조사하는 게 원칙인 피고발인을 특별한 이유 없이 서면으로 조사했다가 이들이 오겠다니 뒤늦게 소환을 결정했다는 건 소환조사 자체가 요식 행위라는 논란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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