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이 거울 앞에서 머리를 다듬는다. 얼른 보아도 어엿한 집의 규수는 아니다. 꾸민 티가 색스럽고 하는 짓이 들떠 있다 … 신분은 기생으로 봐야 옳다.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는지, 그녀 입매가 자꾸 생글거린다."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은 사람이 나오는 우리 그림을 고른 책이다. 경대 앞에서 생글대는 기생과 길에 구부려 앉아 조는 승려 등 무명의 인물들과 태조 이성계, 황희, 윤두서, 김시습 등 유명의 인물들을 그린 초상화를 고루 골랐다. 저자는 이들의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소위'썰을 푼다'. 18년 간 영의정을 지낸 황희는 기쁨과 노여움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능력이 비상하고, 김시습의 미간에 새겨진 내천(川)자에는 시속에 젖지 않으려는 고집이 가득 스며 있다. 저자의 탁월한 눈썰미와 풍부한 어휘가 옛 그림에 대한 문턱을 훌쩍 낮춰준다. 현암사ㆍ284쪽ㆍ1만5,000원.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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