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은 영어의 유형별 난이도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수험생들은 영어 점수에 유의해 대입 지원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B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권이 정시 지원에서 유리하고, 중하위권에서는 어려운 B형보다는 쉬운 A형을 선택한 수험생이 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월 19일부터 원서를 접수하는 정시모집 인원은 12만8,294명으로 총 정원의 33.8%이다.
영어B형 고득점자 소신지원을
올해 치러진 두 차례의 모의평가에서 영어B형을 선택했던 중하위권 학생들이 막판에 A형으로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B형에서는 높은 등급을 따기가 어려워졌다. B형에 가중치를 두더라도 A형 점수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채용석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파견교사(배명고)는 "A형 응시자는 대부분 6~9등급이고, B형은 지난해 전체 외국어영역 응시자 수보다 3분의 1정도가 적어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려워졌다"며 "정시에서 주요 대학들의 반영 비율이 높은 영어가 당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혜남 문일고 영어교사는 "1등급 커트와 최고점 차가 2점에 불과했던 2012학년도 수능은 변별력이 떨어져 상위권 학생들이 소신 지원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명문대 인기학과의 경쟁률이 떨어졌었다"며 "올해는 AㆍB형 난이도 차가 확실해 상위권에서 영어에 강한 학생은 소신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연계열 내년 의대 정원 증가도 변수
상위권 대학에서 인문계열보다는 자연계열 수험생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수도권과 지방의 국ㆍ공립대 등 상위권 대학은 인문계열의 경우 국어B, 수학A, 영어B를 자연계열은 국어A, 수학B, 영어B를 지정하고 있다. 채용석 파견교사는 "ABB를 선택한 자연계 상위권 학생이 전체 지원자의 33%인데 반해 BAB를 선택한 인문계 학생들 비율은 전체의 절반(45%)에 가까워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과거 수리 가ㆍ나형을 동시에 반영하던 대학들도 B형을 지정하면서 인문계 학생의 교차지원 기회가 막혀 이들의 대입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채 교사는 "자연계 상위권의 경쟁률이 낮아지고 의외의 틈새시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자연계열의 최상위권 수험생의 경우 의대에 몰릴 가능성도 예측된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2015학년도부터 의대와 치대 학부 신입생 정원이 1,000명 늘어나는데 한 개 대학의 자연계열 모집인원과 맞먹는 수이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은 올해 써보고 안 되면 재수를 통해 내년에도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쉬운 문제에서 실수를 한 상위권 학생은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백분위보다 표준점수가 점수간 간격이 좁아 비교적 변별력을 갖기 때문이다.
중하위권은 백분위 유불리 따져야
수험생들이 몰려 있는 중하위권에서는 혼란이 예상된다. 중하위권 대학의 경우 AㆍB형을 따로 지정하지 않아 경쟁 대상 안에서 본인의 위치를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응시한 유형의 백분위를 기준으로 유불리를 꼼꼼하게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중하위권 대학은 백분위를 반영하는 곳이 많은데다 같은 점수라도 어느 유형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백분위에서는 많은 차이가 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이사는 "백분위를 활용하는 경우 과목간 유불리는 해소되지만, 2등급 이하로 내려갈수록 원점수 1~2점 차이에도 백분위는 5점 이상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나친 하향 지원 안돼
지원대학이 가군과 나군에 몰려 있는 최상위권의 경우 수능성적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남은 논술고사와 면접ㆍ구술고사에 신경써야 한다. 상위권은 정시와 수시 준비를 병행하면서 가ㆍ나군 중 한 군데는 소신 지원, 나머지는 안정 지원하는 것이 좋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위권은 학생부 반영 비율과 방법, 수능 점수 조합을 잘 살펴 본인의 수준에 맞는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 가ㆍ나ㆍ다군 모두 지원이 가능한 점수대인만큼 소신과 적정, 안정 지원을 안배해야 한다.
하위권은 2개는 본인의 적성을 고려한 합격 위주 선택을, 나머지 1개는 소신 지원이 적절하다. 2년제 대학 지망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정시에서는 지나친 하향 지원보다는 3번의 복수지원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안전, 적정, 소신 지원을 적절하게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시에서는 실질 반영비율이 크지는 않지만 3학년 2학기까지의 내신 성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수능 이후 남은 기말고사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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