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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폴로늄에 독살" 부검보고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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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폴로늄에 독살" 부검보고서 공개

입력
2013.11.0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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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방사성 물질 폴로늄에 독살됐다는 부검보고서가 나왔다. 아라파트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감금됐다가 2004년 11월 의문스럽게 급사한 이래 이스라엘 등을 상대로 꾸준히 제기된 타살설에 무게를 싣는 결과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6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보두아대학병원이 아라파트 시신에서 채취한 조직 샘플 60개를 검사하고 작성한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108쪽 분량인 이 보고서는 "갈비뼈ㆍ골반 조직, 시신 주변 토양에서 자연 상태보다 높은 농도의 폴로늄이 검출됐다"며 "사망과 부검의 시간차, 샘플 상태 등을 고려하더라도 아라파트의 죽음이 폴로늄 중독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을 적정하게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고농도 방사선을 방출하는 폴로늄은 음식이나 공기에 섞여 인체에 침투할 경우 0.1㎍(마이크로그램ㆍ100만분의 1그램)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독성이 강하다. 자연 상태에서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의 극미량만 존재하지만 원자로에서 인위적 생산이 가능하다.

지난해 7월 유족과 알자지라의 의뢰를 받은 보두아대학병원이 아라파트 유품에서 폴로늄이 검출됐다고 밝힌 이래 독살설을 입증하려는 시도가 급속히 진행돼 왔다. 아라파트가 발병 17일 만에 프랑스 파리의 군병원에서 숨진 지 8년 만이었다. 한 달 뒤 프랑스 검찰은 남편의 사인을 밝혀달라는 수하 아라파트 여사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11월에는 부검을 위해 서안지구 묘지에서 유해가 발굴됐다. 러시아 조사팀이 조만간 별도의 부검보고서를 발표하며, 프랑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아라파트의 피살 여부를 수사하게 된다. AP통신은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고서 내용만으로는 아라파트가 폴로늄에 독살됐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이견을 전했다.

이스라엘을 아라파트 독살의 배후로 지목해온 팔레스타인 측은 공세에 나섰다. 수하 아라파트 여사는 "남편의 죽음이 정치적 암살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아라파트 사망을 '세기적 범죄'로 규정하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과학보다 드라마에 가까운 주장"이라며 "아라파트가 독살됐다면 측근의 소행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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