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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8일] 신당(新黨)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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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8일] 신당(新黨)의 조건

입력
2013.11.0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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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안 의원은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참여를 목표로 지방조직을 추스르는 등 골격 갖추기에 들어간 상태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새누리당은 신당이 야당과의 선거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를 꾀할까 봐, 민주당은 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제1야당의 지위를 위협할까 봐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 전국적인 선거를 앞두고 신당이 나오는 건 흔한 일이다. 국회 진출에 실패한 정당을 제외하더라도 한겨레민주당, 신정당, 한국신당, 민국당, 국민통합21 등이 13대 총선부터 차례로 창당돼 1~2석을 획득하며 미니정당 이름을 올렸다. 대선을 앞두고는 후보 중심의 신당이 매번 등장했다. 이종찬 후보의 새한국당, 이인제 후보의 국민신당, 권영길 후보의 국민승리21, 이한동 후보의 하나로국민연합, 문국현 후보의 창조한국당 등이 대선용으로 급조됐었다.

▲ 선거를 앞두고 탄생한 신당은 대부분 선거 이후 와해되거나 기존 정당에 흡수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국회가 사실상 양당체제로 운영되는 데다, 지역 중심으로 고착화한 정치 지형이 신당의 존립 자체를 좀체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당의 수명이 짧았던 진짜 이유는 제대로 된 이념과 노선을 정립하지 못한 채 유력 주자 중심으로 급조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정체성이 모호했기에 더 이상 주목을 끌지 못했던 것이다.

▲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신당과 관련해 "올바른 정책 비전에 적합한 사람을 만나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어딘지 선후가 뒤바뀐 느낌이다. 신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비전 등을 밝히고 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받아들여야 할 텐데, 노선 설정에 앞서 참신한 인물부터 찾고 있는 점 때문이다. 영입 기준은 무언지, 어떤 연결고리로 참여를 제의하는지 사뭇 궁금하기만 하다. 새 정치라면 출발부터 새로워야 한다. 신비주의나 줄타기 노선으로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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