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술도 호르몬 시술도 하지 않은 트렌스젠더 FTM(Female to Maleㆍ여성의 신체에 남성의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고교에 다닐 때까지 어떤 배려도 없었고 대학이라고 다를 것 같지 않다. 성소수자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학교'라는 공간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다."(왈왈ㆍ별명)
"예쁘지 않고 잘하는 것도 없는 나는 공부를 잘해야 주목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가 됐다. 하지만 고2 때 사회적 기업에서 인턴활동을 하고 청소년 인권운동에 참여하면서 달라졌다. 책이 아니라 사람과 경험에서 더 많은 걸 배웠다. 막다른 길에 내몰려 다른 길이 없는 것처럼 살아온 내가 안타깝다."(위영서)
수험생이라면 마땅히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에 있어야 할 7일 오전 '대학 진학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고 외치는 수험생 또래 7명이 서울 청계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입시경쟁, 차별을 유발하는 대학중심주의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투명가방끈 모임은 2011년 청소년 18명, 청년 30명이 최초로 대학입시거부 선언을 하며 출범한 모임이다.
학벌주의 타파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진 이들이지만 대입 거부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부모의 허락을 받고 고교를 중퇴한 도담(별명)씨는 "인생과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진짜 세상을 보고 싶어서", 2년째 대입을 거부하고 있는 김새별씨는 "좋아하는 커피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였다.
이들의 결심이 쉬웠던 건 결코 아니다. 대학 진학을 두고 부모님과 갈등을 겪다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있는 박건진씨는 "동생이 울며 '오빠가 너무 부끄러워서 친구들한테 얘기를 못한다'는 말을 듣고 숨이 턱 막혔다"며 울먹였다.
하지만 그 용기에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고교 1학년 서준영군은 "이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은 학벌사회라는 견고한 벽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응원했다. 큰 딸의 대입 거부를 인정한 이영주 교사는 "대학은 학생이 필요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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