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일부 환자들에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가 알려진 뒤 많은 여성이 접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과 부작용 간의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아 접종을 중단할 근거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불안이 완전히 가시는 것은 아니다.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둘러싼 의학적 사실들을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 전문의들에게 확인해봤다.
Q. 국내외에서 보고된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은 어떤 것들이 있나.
A. 일본에서 문제가 됐던 부작용은 중추신경계에 염증이 생겨 구토나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는 급성파종성뇌척수염과 말초신경계의 염증으로 신체 일부에 마비가 오는 길랑바레증후군, 팔다리 등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3가지다. 400만~900만 번 접종했을 때 1번 발생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국내에는 근육이 경직되거나 마비가 오거나 신체 일부가 잘 움직이지 않거나 자꾸 떨리는 등의 증상이 각각 1~5건 정도 보고돼 있다.
Q. 부작용은 왜 생기나.
A. 백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일부 단백질 성분이 신경이나 콩팥을 싸고 있는 기저막에 쌓이기 때문이라고 일부 신경학자들이 추정하고 있다. 백신 속 대부분의 단백질은 몸에 들어가 면역작용을 일으킨 뒤 필요 없어지면 간이나 신장에서 분해돼 소변, 대변으로 배출되지만, 극히 일부 이상 있는 단백질이 축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설일 뿐, 부작용이 나타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Q. 다른 백신의 부작용과 비교하면 어떤가.
A.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으로 보고된 부작용은 대부분 이론적으로 다른 백신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들의 발생 빈도는 10만 명 당 한두 명 꼴로 다른 백신들에 비해 더 낮다고 볼 수 있다.
Q. 좀더 흔한 이상 반응은 어떤 것들이 있나.
A. 주사를 맞은 부위가 아프거나 붓거나 붉어지거나 가려운 등의 가벼운 증상은 중증 부작용에 비해 발생 빈도가 좀더 높다. 그러나 이 중 일부는 사람에 따라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정상 면역반응이고, 대부분은 2, 3일 안에 사라진다. 혹시 이보다 오래 증상이 계속되거나 심해지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매우 드물지만 접종 후 10~20분 안에 급성 중증 알레르기 반응(쇼크)이나 일시적인 의식 저하가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사 맞고 약 30분 동안은 병원에 머무는 게 좋다. 다른 백신 역시 마찬가지다.
Q. 왜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부작용을 알렸나.
A. 일본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43개국 중 하나다. 국가 필수예방접종인 만큼 희귀한 부작용이라도 발생했을 때 신속,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자궁경부암 백신을 필수예방접종에 포함시키고 있다. 일본 사례 때문에 필수 접종 정책을 철회한 나라는 없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백신안전성 자문위원회(GACVS)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도 접종 권고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Q. 바이러스 모두를 예방하진 못하는데 굳이 맞을 필요 있나.
A.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는 지난해까지 110종이 보고됐다. 그 중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각종 암을 일으키는 건 14종이다. 14종 가운데 16번과 18번 바이러스가 고위험군, 6번과 11번이 저위험군으로 분류돼 자궁경부암과 여러 생식기암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중에는 이들 중 2종, 4종을 예방하는 백신이 나와 있다. 더 많은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백신 개발 연구가 있었지만, 예방 효과가 현재의 백신들에 미치지 못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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