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성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전염병은 무엇일까? 불행히도 후진국병 결핵이다. 매년 5만 명이 치료받는다. 하루에 108명, 한 시간에 5명의 환자가 생긴다. 하루 6.5명이 사망한다. 폐결핵이 전체의 80%로 폐결핵 환자 4명 중 1명이 균을 배출해 남을 감염시킨다. 난치성 결핵도 하루 3명이 보고된다. 2050년에 가야 선진국 퇴치 수준이 된다.
한동안 국가결핵관리사업으로 보건소에 모든 읍·면·동 환자가 등록되어 치료를 받았다. 1960년대 5.1%였던 유병률이 1990년대 이후 1% 이하로 감소한 것은 수직적 국가관리 덕분이었다. 그러나 유병률이 줄어들면서 환자들은 대부분 의료기관을 찾게 되었다. 환자 신고와 완치율이 낮아졌고 수동적 환자 발견으로 결핵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2010년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후진국 오명을 벗기 위하여 강력한 대책을 만들었다. 의료기관과 함께 조기발견, 조기치료, 철저한 완치를 목표로 민관 협력을 시도했다. 전염을 막기 위해 입원치료도 권장했다. 환자 가족도 조사해 감염이 우려되면 예방 투약을 했다. 약제 내성 환자 입원은 강제성을 띠었다. 국민들이 불편해졌다. 강제 입원에 따른 수입 감소도 지원했다. 신생아 예방 접종도 강화했다. 학교의 집단 발병은 접촉자를 철저히 조사해 치료하고 예방약도 투약했다.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여 사업한 지 2년 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그 효과를 말하기 이르지만, 발견율이 높아지고 완치율도 올라갔다.
그러나 한계는 인구의 3분의 1이나 되는 잠재 결핵 환자이다. 이들로부터 환자가 끊임 없이 발생한다. 매년 환자의 5%는 치료되지 않는 내성 환자로 남고, 또 다른 5%의 환자는 국외에서 들어온다. 다시 말해 감염원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제일 문제이다. 한 명의 환자가 다른 10명을 감염시키기 전에 신속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어르신과 만성질환자, 취약계층, 흡연자의 발병 증가도 문제이다. 집단 발병에 정부 대처도 미흡하다.
우선 예방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금연과 신생아 예방 접종을 철저히 한다. 흡연은 결핵 발생을 3배 높인다. 둘째로 초기 환자 발견율과 완치율을 9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2주 이상 기침하면 조기검진하고 확인되면 등록하여 3가지 이상 약제로 6~9개월 치료하여 완치율을 높인다. 셋째로 다약제 내성 발생을 막고, 내성 환자는 균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격리 치료한다. 넷째, 철저한 신고로 환자와 접촉한 가족, 동료를 추적 진료한다. 감염되면 10%에서 결핵이 발생하고 50%는 1, 2년 내 발병한다. 다섯째, 노숙인과 이주민 등 사회 취약층을 지원하고 국내 유입도 감소시킨다. 북한 지원도 같은 선상에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첨단 진단법, 치료제, 백신 개발을 위하여 결핵 예산의 10%를 연구에 투자한다. 결핵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세계의 자산이다. 퇴치를 위한 민관과 국제협력, 연구개발을 선도해야 한다.
이종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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