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파티가 끝나면 개최 도시에는 무엇이 남을까. 이런 물음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밤잠을 괴롭힐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구하려면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를 보라.'
미 CNN방송이 5일(현지시간)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을 재조명하면서 소치와 평창올림픽에 대해 '훈수'를 둬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는 동ㆍ하계 대회를 통틀어 역대 최대규모인 500억달러(53조원)를 들여 내년 소치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소치가 올림픽이 끝난 뒤 흑해연안 관광지의 메카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또 하이테크 비즈니스 중심지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CNN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심 찬 계획이 성공하려면 릴레함메르 대회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잉어 안데슨 노르웨이 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은 "(노르웨이 국민들에게) 동계올림픽은 한마디로 파티였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은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대단한 자부심이었으며 국가적으로 위대한 도약이었다. 대회가 끝난 뒤 모두가 행복해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축제분위기는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노르웨이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3개의 금메달(모두 세계신)을 포함해 26개의 메달(금10, 은11, 동5)을 따냈다. 하지만 6년전 노르웨이가 릴레함메르에서 이런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노르웨이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은3개, 동2개에 그치는 최악의 성적으로 추락한 바 있다. 프랑스의 알베르빌에 뒤져 9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에서 탈락했을 때도 릴레함메르에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릴레함메르는 처음으로 동ㆍ하계올림픽이 년도를 달리해 개최되는 94년 대회 유치전에서 스웨덴의 외스터??을 따돌렸다. 릴레함메르는 수도 오슬로에서 북쪽으로 110마일(172㎞) 떨어진 외딴곳이다. 안데슨은 "당시 그곳에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 유치 확정이전까지 대규모 경기장은 하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20억달러의 올림픽 예산 중 2억2,000만달러를 주변 환경 조성에 투입했다. 신축 경기장은 스키 점프대와 아이스하키, 봅슬레이-루지 경기장, 프리스타일 겸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타디움 4곳뿐이었다.
릴레함메르 대회는 특히 처음으로 환경, 녹색올림픽 개념을 도입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찍었다. 단적인 예가 대회 직후 미디어센터를 해체해 릴레함메르 대학으로 옮겨 재활용한 것이다.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도 호황을 누렸다. 북서부 해안 수산업도 아연 활기를 뛰었다. 오지로 남아있던 내륙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됐던 '10년간 10%대 관광객 증가'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올림픽 전후 2년간 반짝 증가에 그쳤다. 반면 올림픽 후 5년간 지역 호텔업계 40%가 파산하기도 했다. 과잉투자의 결과다.
바로 한국의 평창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평창은 경기장 건설에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소치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소치는 당초 예산의 5배를 뛰어넘어 가장 비싼 올림픽으로 기록될 것이다. 성공적이었다는 릴레함메르 역시 비슷한 규모로 예산을 초과했다. 릴레함메르 올림픽은 그러나 잘 짜여진 파티였다. 값어치를 따지면 총 20억 달러의 예산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노르웨이인들은 평가한다. 안데슨은 "노르웨이 국민치고 대회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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