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연하(33·KB스타즈)는 한국 여자 농구를 이끄는 부동의 대표팀 에이스다. 태극마크를 단지 어느덧 십여 년째지만 변연하를 능가할 만한 슈터가 안 나온다. 지난 3일 막을 내린 제25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변연하는 건재함을 뽐냈다. 5경기에서 평균 16.2점을 넣어 부문 2위에 올랐고, 대회 '베스트 5'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은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 결승에 올랐지만 일본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변연하는 6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부상 없이 잘 돌아왔지만 아쉽고 안타깝다"며 "두 달 동안 훈련한 결과가 우승으로 보상받지 못했지만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띠 동갑과 함께 뛰다 보니 체력적으로 버겁다"면서 "대표팀도 눈 앞의 성적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세대교체에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활약 비결은 철저한 분업화
동주여상 3학년이던 1998년 변연하는 아시아청소년선수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폭발적인 3점슛과 득점 감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뒤 성인 대표팀에서도 항상 해결사 역할을 했다. 변연하는 국제대회에서의 활약 비결을 철저한 분업화로 꼽았다. "대표팀은 12명 엔트리 자체가 잘하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베스트 5는 정말 내로라하는 선수들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하니까 나 역시 2번(슈팅가드), 3번(스몰포워드) 역할만 하면 된다. 패스 타이밍이 좋고, 스크린을 잘 걸어주니 슛도 더욱 잘 들어간다."
변연하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대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꼽았다. "아시안게임 전에 세계선수권에서 19년 만에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내고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그 상태로 아시안게임에 나가 우승할 수 있었는데 중국과의 결승에서 마지막 집중력이 흐트러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대표팀 은퇴 시점…마음은 벌써 했었다
변연하는 대표팀에서 이미선(34ㆍ삼성생명) 다음으로 신정자(KDB생명), 임영희(우리은행) 등과 함께 '넘버 2'다. 소속팀에서 긴 시즌을 소화한 뒤 비시즌 동안 쉬지도 못하고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느라 힘이 부친다. 많은 시간이 흘러 적지 않은 나이인 만큼 대표팀 은퇴 시점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 마음으로는 벌써 했었다(웃음). 소속팀과 대표팀을 병행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여자 농구가 흥행하려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생각과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묵묵히 뛰었다. 아직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는데 내년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니 욕심이 난다. 대표팀 은퇴 시점은 아시안게임 종료 후가 적당할 것 같다."
변연하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일본의 세대교체 성공을 보며 부러워했다. 한국 대표팀은 12명의 엔트리 가운데 6명이 30대였다. "김정은(하나외환)과 김단비(신한은행)가 앞으로 여자 농구를 이끌어야 한다. 정은이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단비는 무릎이 좋지 않아 많이 못 뛰었다. 이 두 선수가 몸 관리를 잘한다면 여자 농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소속팀 KB스타즈… "치고 올라갈 것"
변연하는 두 달간의 대표팀 생활을 마치고 5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했다. 오래 전부터 국내 선수들과는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외국인 선수와의 호흡이 문제다. 여자프로농구는 지난해 1명 보유 1명 출전에서 2명 보유 2명 출전으로 외국인 선수 규정을 바꿨다. "대표팀에서 삼성생명이나 우리은행 등 다른 팀과의 연습 경기를 했지만 우리 팀과는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전혀 알지 못한다. 시즌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맞춰야 한다. 모니크 커리나 마리사 콜맨 두 명 모두 기량이 좋다고 하니까 게임을 하면서 맞추면 될 것 같다."
KB스타즈는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아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런데 5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다른 5개 팀 감독과 선수들은 우승 후보로 KB스타즈를 단 한 명도 지목하지 않았다. 이에 변연하는 "남들이 (우리 팀을) 생각 안 할 때 한번 치고 올라가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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