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로 여성 2,000여명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뒤 그 중 일부를 음란물 사이트에 올린 30대 남성이 뒤늦게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김모(32ㆍ무직)씨는 2010년 6월~2011년 7월 지하철이나 대치동 코스프레(게임, 만화 속 인물로 분장) 행사장 등을 돌며 몰래 여성들을 촬영했다. 지하철 안에서 크기가 큰 DSLR 카메라로 대담하게 맞은편 좌석에 앉은 여성을 찍었지만 한 번도 들키지 않았다. 팔짱을 낀 채 왼쪽 겨드랑이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오른손으로 셔터를 눌러 가능했던 일이다.
김씨는 여성들의 다리 사진을 전문적으로 게재하는 유료 음란물 사이트에 사진 일부를 올리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려면 현금으로 결제하거나 사진을 올려 포인트를 적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2009년에도 여중생 사진을 찍어 이 사이트에 올렸다가 약식 기소돼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다.
김씨는 9월 경찰이 이 사이트를 압수수색하면서 2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검찰은 김씨가 올린 사진 100여장 가운데 평범한 전신 사진을 제외한 57장에 대해 기소했다. 현행 성폭력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곽형섭 판사는 김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촬영 횟수는 많으나 피해자들의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된 원판 이미지 등에 비춰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유발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아 보이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김씨와 같은 사이트에서 활동하다 적발된 또 다른 김모(35)씨도 2011년 5~12월 서울 혜화동 대학로 인근에서 망원렌즈를 부착한 카메라로 여성들의 다리 사진 248장을 찍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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