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기업공개(IPO)부 관계자는 최근 한국거래소로부터 기업 상장 유치 활성화 워크숍 초청장을 받고 놀랐다. 이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증권사 IPO팀에게 워크숍 초청장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신규 상장은 줄고, 퇴출기업은 늘면서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거래소가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증권거래시장을 관장하고 있는 한국거래소가 기업들의 상장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제까지 거래소는 몰려드는 상장신청에 대해 까다로운 심사로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 상장기업 수가 급감하고 수익이 악화하자, 상장 자문을 자처하며 기업들에 상장을 권유하는 것으로 처지가 뒤바뀐 것이다.
거래소는 올 초 상장이 유력한 기업들을 자체적으로 추려 증권사에 추천했다. 또 거래소에서 직접 해당 기업들을 방문해 상장요건과 유의점 등을 설명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내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신송홀딩스도 거래소가 수 차례 상장 자문을 해주며 오랫동안 공들여온 기업이다. 거래소는 "좋은 기업을 발굴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한편 기업입장에서도 증권사보다는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과거에는 상장요건 통보 수준에 그쳤던 거래소가 '이런 식으로 하면 상장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등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꾼 것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겠지만 투자확대를 위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입장에서는 반가운 변화"라는 반응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신규 기업 수는 3곳에 불과하다. 상장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코스닥시장과 합쳐도 26건에 그친다. 2011년 총 75건에서 지난해 28건으로 급감한 후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와 시장여건의 변화 주식거래가 급감하면서 거래소 당기 순이익은 2011년 2,600억원에서 지난해 1,221억원으로 절반이상 줄었다. 올해는 순손실마저 우려된다.
거래소는 시장활성화를 위해 7월 개장한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상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상장업무를 지원하는 지정자문인 증권사를 기존 11곳에서 16곳으로 늘려 대상 기업들의 상장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코넥스는 5일 기준 상장기업 수가 28곳,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억6,000만원으로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지나치게 외형 확장에만 주력하다가 자칫 시장의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사 IPO담당 관계자는 "거래소가 기업들의 상장을 돕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실제 상장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상장기업들에 대한 세제혜택이나 정책적 지원 같은 제도 변화 없이 상장 자문에만 매달린다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증권사 지정자문인 수를 늘려 상장신청 기업 숫자를 늘리기 보다는 이미 상장돼 있는 내실 있는 기업을 잘 관리해 퇴출 기업 숫자를 줄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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