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5일 (현지시간)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처음 영국 의회를 공식 방문해 "북핵 문제는 인류 평화를 위협하는 시급한 과제이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도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영국 의회인 웨스트민스터궁 로열로빙룸에서 열린 '영국 의원들과의 대화 시간'에서 "저는 북한이 핵을 버리고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와야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까지 거론한 것은 최근 정상회담 가능성 언급으로 대북정책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상황에서 원칙적 접근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함께 "바로 이 자리에서 시작된 의회민주주가 자유와 권리증진으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왔다"며 한ㆍ영 관계 증진을 강조했다. 이날 대화에는 영국 의회 상ㆍ하원 의장을 비롯해 7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버킹엄궁에서 영국 야당인 노동당의 에드 밀리반드 당수와 집권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의 닉 클레그 당수 겸 부총리를 잇따라 접견하고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해 여왕의 환대를 받았다. 영국 국빈 만찬은 격식을 갖춘 성대한 만찬으로 유명하다. 테이블 중앙에는 흰색 드레스에 왕관을 쓴 여왕이 앉았고, 박 대통령은 화사한 색깔의 한복 차림에 여왕이 수여한 '바스 대십자 훈장'을 매고 여왕 오른 편에 자리 잡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만찬사에서 "영국군의 한국전 참전을 통해 쌓아 올린 연대감을 바탕으로 양국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고 있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영국은 대한민국의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해주었던 진정한 친구"라고 화답했다. 만찬에는 에드워드 왕자 내외, 앤 공주 내외 등 영국왕실 가족과 각계 주요인사 140여명이 참석했다. 왕실 관계자는 "여왕이 직접 차림표부터 테이블 세팅 등 만찬 준비에 관한 모든 사항을 사전에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열린 여왕 주최 오찬에서는 여왕의 삼남인 에드워드 왕자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언급하며 친근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드워드 왕자는 박 대통령에게 "제 5살 난 아들이 말춤에 빠졌다. 강남스타일이 영국 왕실에까지 들어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박 대통령은 6일 오전 런던의 랭카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한ㆍ영 글로벌 CEO 포럼'에서 "영국에 와보니 싸이의 '강남스타일' 인기를 알 수 있었다. 왕실의 왕자 한 분도 싸이의 말춤을 춘다고 한다"며 "문화콘텐츠와 정보기술(IT)이 결합하면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싸이춤은 (그런 결합이)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 케이스"라며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평소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대형 초상화 등을 선물로 받았다. 박 대통령은 여왕을 위해 궁중음식을 담는 구절함과 홍삼 중에 최상급이라는 '천삼(天蔘)'을 전달했고 여왕의 부군인 에든버러공에게는 전통공예품인 옻칠수국문함을 선물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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