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결정할 경우 통진당 당원들은 유사한 정당을 재결성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위헌정당 시비를 감수한다면 현실적으로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현행 정당법은 원칙적으로 대체정당의 창설을 금지하고 있다. 해산된 정당의 강령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목적을 가진 정당을 만들 수 없고, 해산된 정당의 명칭은 다시는 정당의 이름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대체정당인지 여부를 판정할 주체와 '대체' 여부에 대한 판단 잣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에는 새로 창당한 정당이 헌재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을 대체하는 정당인지 여부를 판정할 주체가 규정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통진당 해산 후 일부 구성원들이 신당을 창당했을 때 대체정당인지 여부를 확정하려면 또 다시 정부가 헌재에 위헌정당 해산을 청구해야 한다. 실질적인 대체정당이더라도 일정 기간 활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국공법학회는 2004년 연구 논문에서 "헌재가 위헌정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대체정당 결성 금지와 함께 대체정당 여부에 대해 선관위가 곧바로 헌재에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대체'의 의미를 놓고도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 해산된 정당과 새로 창당된 정당의 강령ㆍ기본정책 등이 동일하거나 유사한지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구 내용을 넘어 실질적인 활동까지로 범위를 넓힐 경우 판정권이 남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공법학회는 "단순한 증언, 일부 구성원의 주장이나 활동만을 이유로 (동일성을) 인정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결국 통진당이 위헌정당 판정을 받더라도 현행법의 미비 등으로 인해 통진당 구성원들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은 일정 범위 안에서 가능할 수 있다. 물론 강령이나 기본정책은 물론 실제 활동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위헌정당 시비가 다시 일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새 정당이 등록을 신청할 때 이를 거부하거나 또는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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