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성능시험조작 방지를 위해 정부가 해외 검사기관에 '제3의 검증'을 맡긴 데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 내에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지난 국정감사에선 해당기관 선정과정이 주먹구구식이었다는 지적까지 나왔던 터라,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지난달 11일 개최된 원자력안전위원회 제15차 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정부가 원전 부품 품질 서류의 재검증 기관으로 영국의 인증ㆍ검사기관인 로이드(Lloyd)를 선정한 것과 관련해 참석 위원들 사이에선 비판발언이 쏟아졌다.
김광암(변호사) 위원은 "국내 기관으로 하면 불신이 있을까 봐 아예 해외 기관으로 하자는 게 산업부의 인식이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의문이 있다"면서 "언어 문제가 있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아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실정과 우리 사고를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 회사에 결국 달러만 갖다 주고, 어떤 의미에선 눈가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혜정(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 위원도 "(외국 인력이 아니라) 결국 한국에 있는 현지인을 고용해서 하는 방식이 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품질 서류의 '이중 체크'가 목적이라면 국내 기관이든, 외국 기관이든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로이드가 국내에 꾸릴 전담팀 34명 중 해외 인력은 5명뿐이며 나머지 29명은 모두 국내 인력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게다가 현행법상 로이드는 원안위의 감독 대상도 아니다.
심지어 이은철 위원장도 가세했다. 이 위원장은 " (로이드는 국내 시험기관이 작성한) 서류 검토를 하는 것이고 실제로 큰 효과는 없다"며 "순전히 정서적으로 믿을 만한 기관에서 한 번 더 확인했다는 게 중요하게 된 셈인데, 장기적으로 썩 좋은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원안위에선 공인기관을 '인증'해 주는 것을 생각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에선 조금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안위와 산업부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회의에서 원안위가 해외검사기관 선정 자체에 제동을 건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원자력정책 최고기구인 원안위조차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로이드는 최근 8년간 국내 원전 관련 기기검증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어차피 핵심적인 업무는 우리나라 인력이 할 텐데 괜한 우회를 통해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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