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핵심 의료공약인 4대 중증질환(암, 뇌ㆍ심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료 인상폭을 둘러싼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건보료를 매년 1~2% 정도만 인상해도 보장성 강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에 회의적이다. 건강보험공단은 건보료를 5% 가까이 인상해야 한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내년도 건보료 인상률은 1.7%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 정부 임기(2013~2017) 동안 매년 건보료를 1.7~2.6%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5년 동안 건보료 인상률 평균 3%보다 낮다. 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 2017년까지 총 8조9,9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병원 이용환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고, 건보재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기환자가 늘어나지 않는 등 여러 이유로 건보재정이 흑자를 내고 있다"며 "내년 말 건보적립금 규모는 6조8,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건보료를 크게 인상하지 않아도 공약이행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5일 '예산안 부처별 보고서'에서 "2008~2012년 진료비가 연평균 8.2%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고령화 등으로 인한 진료비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 계획대로 보험료율을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개선책을 논의하고 있는 3대 비급여(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에 대한 부담분도 고려하라는 주문을 덧붙였다.
건보 재정을 보수적으로 전망할 경우 보험료의 대폭 인상은 불가피하다. 건보공단이 올해 5월 추계한 '2013~17 재무전망'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 보장성을 강화하고 당기수지균형(적립금을 전용하지 않는 재정)을 전제로 할 경우 내년 5.99%인 보험료율은, 2015년 6.26%, 2016년 6.56%, 2017년에는 6.78%로 올려야 한다. 연도별 인상률로 따지면 2015년 4.5%, 2016년 4.8%, 2017년 3.3%로 정부 추계치(1.7~2.6%)보다 훨씬 높다. 이 추계에 따르면 가령 내년 월 8만8,500원의 보험료(월 보수 300만원 기준)를 내는 직장인은 2017년에는 10만1,700원을 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3대 비급여지만, 정부는 최근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재정추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최영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건정심이 결정하는 보험료 인상범위를 정부가 먼저 밝히기 어렵다"며 "다만 혜택이 많아지면 보험료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여론도 상당한 만큼 조정을 잘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보험료를 인상하더라도 먼저 정부가 건강보험 수입의 14%를 국고로 지원하도록 돼 있는 법을 준수하고, 과잉진료 규제, 약값의 지속적 인하 등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건보재정에 지원해야 할 국고는 8조7,700억원이 쌓여있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3대 비급여는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보험료 인상만 강요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포괄수가제 확대나 진료비 청구 심사 강화 등을 통해 의료공급자들의 재정낭비를 규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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