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봉한 영화 '동창생'은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최승현(톱)이 중심인물이다. 국내외 여성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내곤 하는 이 젊은 스타는 탈북자를 가장해 남한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북한 특수요원을 연기한다. 3년 전 그는 영화 데뷔작 '포화 속으로'에서 북한군의 진격을 온몸으로 막는 학도병 중대장 역을 했다. 북한군에 총구를 겨누는 10대 청춘에서 곡절 많은 남파 간첩으로 3년 만에 정반대의 역할을 소화하게 된 것이다. 그의 이런 변신은 충무로의 최신 유행이 무엇인지를 또렷이 보여준다.
북한 특수요원들이 충무로를 접수했다. 올해 베를린 주재 남북한 요원들의 대치를 그린 '베를린', 남파 간첩을 스크린 중심에 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각각 700만 안팎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하더니, '동창생'에 이어 남한에 망명한 북한 특수요원의 복수극 '용의자'가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들은 북한 특수요원이나 남파 간첩을 코믹하게 묘사하거나('간첩 리철진' '동해물과 백두산이') 남북의 첨예한 대치 상황을 대입한 영화('쉬리')가 주로 만들어졌던 1990년대, 2000년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액션을 강화하고, 남쪽 사회에서 고립되고 ?기는 존재로서 주인공이 겪는 인간적 고뇌를 부각하는 것이 요즘의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인식의 변화가 깔려 있다. 냉전 시기 다져진 적대적 감정이 많이 엷어진 반면 북한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좀 더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이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무뎌지면서 북한 특수요원이 현실의 적이 아닌 대중문화 속 단순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할 수 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북한을 알지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젊은 세대들이 현실과 무관하게 영화 속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화 홍보마케팅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실장은 "특수요원은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인데 북한 특수요원은 한국에서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며 "충무로 소재가 냉전적인 설정을 거쳐 북한 특수요원으로 진화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남북 대치라는 극한 현실에서 북한 특수요원이 겪기 마련인 고립과 고독, 배신감 등이 관객들의 감정선을 자극하기 유리하다는 분석도 따른다.
영화사들은 인기가 높고 잘 생긴 남자 배우들을 캐스팅해 화려한 액션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끌려고 한다. 충무로 대세라 일컬어지는 하정우('베를린')와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젊은 층의 샛별로 떠오른 김수현('은밀하게 위대하게'), TV 드라마 '커피 프린스'와 영화 '도가니' 등으로 티켓 파워를 입증한 공유('용의자')가 북한 특수요원 역할을 맡았다. 북한 특수요원과 충무로의 첫사랑이라 할 '의형제'(2010)의 주인공도 꽃미남 배우 강동원이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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