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재벌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에도 계열사 10개 중 3개는 지주회사 체제 밖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체제 밖 계열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내부거래 비중도 높아,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발표한 '2013년 지주회사 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16개 재벌그룹 계열사 652곳 중 30.1%에 해당하는 196개가 지주회사 밖에서 운영되고 있다. 체제 밖 계열사는 지주회사 당 평균 12.3개로 특히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재벌그룹이 소유한 22개의 금융사는 모두 체제 밖 계열사였다.
GS의 체제 밖 계열사가 45개로 주요 그룹 중 가장 많았다. 해당 기업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범위에 포함되는 총수일가 지분율 30% 이상(상장사 기준) 계열사도 20개나 됐다. 대성(31개)과 CJ(28개), LS(22개), SK(20개) 등도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체제 밖 계열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체제 밖 계열사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미만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9.5% 수준이었지만,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6.8%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51.3%였다.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그룹을 포함한 재벌그룹(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49곳 전체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2.3%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체제 밖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은 부의 편법 세습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체제 밖 계열사 부당 지원 행위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의 출자구조는 평균 3.07단계로 일반 대기업집단의 5.29단계보다 단순했다. 주요 지주회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32.4%로 전체 대기업집단 평균 부채비율(108.6%)보다 낮았다.
정부는 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세제상 혜택 등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지주회사 체제인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것을 제외하면, 지난 1년간 핵심사업 분야를 포함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한 곳도 없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복잡한 출자구조, 불리한 금융계열사 보유 여건 등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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