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에게는 대륙을 거침없이 가로지르던 기마 민족의 DNA가 내재돼 있다. 강한 성취동기, 대외지향성이 그 증거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말이다.
2008년 영화 '놈놈놈'을 발표해 큰 인기를 끌었던 김지운 감독도 당시 시사회에서 "광활한 황야를 거침없이 질주하던 옛 조상들의 대륙 기질을 (영화속에서)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말을 타고 대륙을 달리는 한국인의 로망을 일깨우는 대회가 화제다. 16,17일 이틀 동안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제주승마공원 일원에서 펼쳐지는 2013 제주오픈 국제 지구력 승마대회다.
2008년부터 시작해 6회째를 맞이했다. 그 동안 국내 대회로만 치렀는데 올해는 국제 대회로 발돋움해 눈길을 끈다. 개최국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몽골 5개국에서 선수단 60여명을 비롯해 총 300여명이 출전 신고를 마쳤다. 심판진은 모두 국제승마연맹(FEI)에서 파견해 대회의 공정성을 높였다.
이번 대회는 특히 미잔 자이날 아비딘(51ㆍ사진) 제13대 말레이시아 국왕이 참석할 예정이다. 서명운(51) 조직위원장은 "아비딘 전 국왕은 국왕 취임전까지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지구력 승마대회에 직접 선수로 출전한 경험이 있는 실력파"라고 말했다. 아비딘 전 국왕은 2006년 12월~2011년 12월까지 말레이시아 국가원수를 역임했다.
지구력 승마대회는 승마의 마라톤으로 비유된다. 경주거리는 80㎞, 40㎞, 20㎞, 10㎞, 유소년 코스 등 5가지로 나뉜다.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최장 80㎞ 우승자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수여된다.
이번 대회 출전마는 200~350필에 달한다. 국산 한라마와 조랑말이 주류를 이룬다. 서위원장은 "제주도내 말 80%를 차지하는 한라마가 식용으로만 소비 되는 게 안타까워 레저용 승용마로 활용키 위해 지구력 승마대회를 창설했다"라며 "한라마가 단거리 경마에서는 외국산 마에 뒤지지만 장거리 대회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강수상 체육진흥과장도 "지구력 승마대회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말 산업 육성과도 맥이 맞닿아 있다"며 "생활체육과 레저 스포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힘이 좋고 지구력이 강한 한라마의 해외수출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란 점에서도 대회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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