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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7일]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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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7일] 가을

입력
2013.11.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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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모기가 극성이다. 바깥 날씨가 추우니 틈이란 틈은 비집고 안으로 들어오는 거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이 이 놈들은 잠이 들 만하면 에에엥 하는 해금 소리 비슷한 것을 내며 얼굴 주변을 유영한다는 거다. 이 녀석들의 비행 소리가 뺨 쪽에서 들려 손을 들어 내려치면 모기는 이미 도망가버리고 자기 뺨만 철썩하고 갈기기 일쑤다. 어떤 시인은 이런 웃을 수도 없는 장면을 가리켜 '모기가 가르치는 일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인생의 성숙과 황혼을 은유하는 가을이 깊어가는 건 단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처럼 가을 모기가 삶을 가르치기도 하는 것이다. 서늘하고 청신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가을 아침에는, 알 수 없는 설움이 한 가득 가슴을 적시기도 한다. 그것은 봄날의 아침이나 여름날의 아침, 혹은 겨울의 아침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어떤 선연한 그리움 같은 것이다. 이 그리움은 이미 내 곁을 떠나고 없는 귀한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모르고 보낸 사람이나 마음들 말이다. 우리는 어떤 것이 곁에 있을 때 그것이 소중한 것을 모르고 있다가 그것을 잃고 난 다음에 깨닫는다. 그런 이라면 모기에 속아 자기 뺨을 때려서라도 정신을 깨울 필요가 있다. 자기 곁의 귀한 것을 돌아보고, 이미 잃어버린 귀한 것들을 그리워하는 계절 가을, 어느 계절보다도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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