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다. 남자프로배구에서 최근 3시즌 연속 삼성화재의 벽에 가로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던 대한항공이 힘겨운 새 판 짜기를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5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14시즌 NH농협 V리그 러시앤캐시와의 경기에서 3-1(25-27 25-18 25-22 26-24)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경기 후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전혀 웃지 못했다. 오히려 "진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항공의 고민은 세터에서 비롯된다. '코트의 사령관' 역할을 하던 주전 세터 한선수(28)가 5일 갑작스럽게 입대했다. 지난 9월 두바이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차출될 때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한선수 대신 황동일(27)이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경기 감각 및 선수들과의 호흡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황동일은 최근 2년 동안 백업 세터로 경기 막판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됐던 것이 전부다. 김 감독은 지난달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예전의 황동일이 아니다"고 큰 소리 쳤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들쭉날쭉한 토스로 인해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김 감독은 "누구보다 동일이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라며 "이렇게 경기를 하면 앞으로도 쉽지 않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대한항공으로서는 황동일과 함께 5일 경기 4세트에 투입됐던 백광언(25), 조재영(21)등 젊은 세터들이 얼마나 뒤를 잘 받쳐줄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전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3시즌 동안 팀을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끌었던 김학민(30)과 한선수가 모두 입대했고 베테랑 장광균도 은퇴를 선언했다. 다행히 신영수가 소집 해제 이후 팀에 복귀, 레프트를 책임지고 있다.
희망적인 부분은 용병 마이클 산체스(27ㆍ우크라이나)가 상당히 좋은 기량을 갖췄다는 점이다. 2시즌 동안 함께했던 네맥 마틴 대신 새롭게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마이클은 2경기에서 67득점을 뽑아내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오픈, 후위공격뿐만 아니라 강력한 서브도 보유, 7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다.
남자 프로배구 신흥강호로 꼽히는 대한항공이 새로운 신형 엔진을 달고 얼마나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