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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임금 투쟁 그친 서울대병원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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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임금 투쟁 그친 서울대병원 파업

입력
2013.11.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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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큰 것일까.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달 23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줄곧 "파업의 주 쟁점은 임금 인상보다는 의료 공공성 강화"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선택진료비ㆍ비급여 진료, 짧은 진료시간 등 사회적 이슈를 부각시키며 기대감을 키웠다. "차제에 수익 창출보다는 의료 공공성에 중점을 둔 공공병원의 새 모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4일 서울대병원 노사가 임금ㆍ단체협약에 합의, 파업을 종료하자 주변에선 "서울대병원 노조가 의료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임금 인상 투쟁이 아니었느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임금 정률 1.3% 및 정액 1만5,000원 인상과 전체 비정규직 1,143명 중 무기계약직 100명 정규직 전환 등에 합의했을 뿐 나머지 의료 공공성 관련 쟁점에 대한 노사 합의사항은 뚜렷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14년까지 어린이병원 환자급식 직영 전환 검토 ▲1분 진료 문제 해결을 위해 외래환자 수 적정 유지 ▲선택진료제 운영 개선책 마련 등에 합의했지만 언제든 없던 일이 될 수 있는 정도의 합의다. 사측 관계자는 "노사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겠다는 의미이지, 현 상태를 꼭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노조가 강하게 비판했던 병원의 '비상경영'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무리한 병원 시설 확장이나 저질 의료재료 사용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합의사항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한 병원 노조의 힘으로 의료 공공성 강화는 무리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임금 투쟁'을 부각시키는 데 급급하며 공공병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적었던 사측도 책임이 크다. 하지만 협상의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 노조가 왜 그토록 의료 공공성을 강조했는지 갸우뚱할 일이다.

노조는 파업 종료를 알리는 보도자료에 "파업에서의 요구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의료공공성 강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노조의 최우선 과제로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의사와 몇 마디 대화도 나누지 못하면서 값비싼 선택 진료비를 부담하는 의료 소비자들은 그 약속을 꼭 지키길 바라고 있다.

사회부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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