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5일 오전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국무회의에 긴급 상정했다. 정부부처가 국무회의에 보고할 중요 안건은 사전에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관례지만 극비리에 안건을 회의에 부칠 만큼 철저히 보안을 지킨 것이다. 정당해산 심판청구가 헌정 사상 첫 사례일 정도로 민감한 사안인데다 사전에 내용이 알려질 경우 통진당 측이 강하게 반발할 것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법무부는 발표 전날까지도 해산청구 여부를 묻는 언론의 확인 요청에 "결정된 게 없다"며 시치미를 뗐다. 법무부는 이날 새벽까지 최종 마무리작업을 했다고 밝혔지만, 통진당 해산 심판청구를 하겠다는 방침은 '위헌정당ㆍ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던 두 달 전 이미 정해졌고 발표시기만 저울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사전에 여러 차례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TF를 이끌었던 정점식 서울고검 공판부장은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에 (법무부에서) 관련 보고를 충분히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안건 상정 과정은 전격적이었지만 총리실 측은 절차상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4일 저녁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에서 다뤄질 것이란 소식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으나 이 때까지만 해도 공식적인 자료 이관은 물론, 안건 상정 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태였다고 한다.
국무회의 규정을 보면 국무회의에 제출되는 의안은 차관회의 심의를 거친 뒤 회의 개회일 이틀 전까지 총리와 국무위원을 비롯한 회의 배석자들에게 배부토록 돼 있다. 이날 제47회 국무회의에서 심의ㆍ의결된 법률안(4건), 대통령령안(7건), 일반안건(6건), 보고안건(1건) 등 18건의 의안 역시 이런 절차를 거쳐 가결됐다. 단, 긴급을 요하는 사안의 경우 차관회의 사전 심의 없이 '즉석안건'으로 곧장 국무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예결특위에서 "차관회의를 거치는 게 대부분이지만 즉석안건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건은) 급했기 때문에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즉석(긴급)안건은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탓에 뒤늦게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6월 불거졌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처리 파문이 대표적이다. 당시 협정안은 국무회의에서 즉석안건으로 상정돼 이견 없이 통과됐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바람에 밀실 추진 논란을 불렀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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