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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원격 진료

입력
2013.11.0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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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집이나 직장에서 정보기술(IT) 장비를 이용해 의사의 진찰을 받는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상시적 질병관리가 가능해지고 의료접근성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류시원 인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의료취약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상존하고 도시지역 만성질환자들 역시 직접 진료 전 생활과정에 대한 관찰 등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고 있지 않다"며 "정보통신기술의 연결성과 정보 처리 분석력은 이러한 공공의료 문제를 보완ㆍ해결할 유용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원격진료 허용 방침에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병ㆍ의원 배분의 불균형을 가속화시키고 의료체계에 큰 혼란을 초래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파업을 포함한 반대 투쟁을 경고하고 나섰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의사 밀도가 매우 낮은 일부 국가만 실시하고 있는 원격의료를 허용할 경우 1차 의료가 붕괴되고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해 생존하고 있는 동네의원들의 붕괴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대면의료를 대체할 수 없는 원격의료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산업도 현실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 류시원 인제대학원대학교 보건경영학과 교수"의료 취약지역 질병 관리하려면공공의료 보완 차원 원격진료 필요"

시범사업 통해 안전성 등 검토대면진료 어려운 환자들에 필요만성질환자 삶의 질 향상도 기대

지난 10월 29일에 입법예고한 보건복지부의 원격진료 허용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들린다. 교통이 사통팔달한 요즈음 의료접근성의 문제가 없으며, 통제와 관리된 의료계에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체계를 붕괴시키고 의료시스템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원격진료 장비와 기기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오진과 의료사고의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환자들이 원격진료를 통해 유명한 의사 또는 대형병원으로 몰려 동네의원들과 중소병원들은 몰락할 것이라고 한다.

과연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진료를 실시하면 이 같은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할까? 이렇게 문제가 많고 사회를 혼란하게 하는데 정부는 왜 추진하려 할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이전에 공공보건의료의 현실과 원격의료의 추진 배경과 과정을 살펴보자.

의료취약지역 주민, 장애인, 거동 불편 환자 등에 대한 공공의료의 공급 어려움, 증가하는 만성질환자 및 추적관찰이 필요한 퇴원환자의 감시 및 관리에 의한 진료연속성 확보 어려움 등은 해결해야 할 오래된 국책과제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어떠한 대응을 해 왔는가?

정부는 농어촌 지역의 보건소 및 보건지소, 교도소 등에 공중보건의사를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 및 약국 접근이 어려운 의료취약지역이 상존하고 있고, 특히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진료와 관리가 소홀한 경우가 많다. 도시지역 만성질환자들의 생활과정에 대한 관찰 등도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통신기술의 연결성, 의사소통력, 정보의 처리분석력, 생체정보의 측정 및 전달 등은 공공의료의 문제를 보완하거나 해결하는 유용한 대안으로 대두됐고 보건복지부는 2002년에 의료법을 개정해 원격의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과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의 우려로 그 의미와 범위는 축소됐다. 즉, 현행 의료법상 원격의료는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의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정부는 그간 의료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여러 차례 실시하여 의학적인 안전성과 효과성, 기술ㆍ관리ㆍ경제적 측면에서 원격의료의 타당성을 검토해 왔다. 이러한 시범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국가 차원에서 유익한 범위의 원격의료 서비스 방식과 내용을 필요한 대상 집단에게 제공하는 법안을 2010년 5월에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에 제출된 원격진료 입법안은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면서 현 의료체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즉 오ㆍ벽지 주민, 사회복지지설 입소자 등 이동에 어려움이 있거나 의료취약지역의 주민에 한정해 원격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시범사업과 평가를 통해 장비의 안전성과 신뢰성의 문제, 환자의 쏠림현상으로 인한 의료시스템의 붕괴 등은 발생할 수 없도록 내용을 구성했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 및 질병관리를 위한 공공보건의료를 제공해 왔지만, 아직까지 충분하지 못한 영역이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다. 오늘날 같이 문명이 발달한 상황에서도 의료뿐만 아니라 교통 취약 지역이 있으며, 의료이용에 많은 사회적 부담이 필요한 재소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 또는 장聆?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괄목하게 발전한 정보통신기술을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하는가?

원격진료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의료서비스를 쉽게 이용하고, 그것이 개인에게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건강 및 질병관리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원격진료는 성공적일 것이다. 의료이용이 어려운 환자 또는 주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원하지 못하고 멀리서 애만 태우는 가족들의 건강과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원격진료는 의료 특성상 직접 대면진료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 그러나 대면진료 역시 사회 환경이나 개개인의 생활여건을 고려할 때, 충분한 이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의사의 직접 대면진료가 어려울 때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원격진료를 보조적인 방법으로 활용해 현재의 공공보건의료시스템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고, 나아가 우리의 건강한 삶 보장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진료 효율성·안전성 보장 못하고동네 병원 몰락 등 큰 혼란 부를 것"

의사 밀도 낮은 국가들만 시행병원 접근 뛰어난 국내선 불필요국민들 건강권에 위협될 수도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 입법예고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결국 국회에서까지 터져 나왔다.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원격의료는 원격의료기기 운용과정에서 발생할 오작동 문제와 법적 책임 문제 등 우려되는 상황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잘해봐야 2류 진료에 불과하다고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원격의료 도입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충격, 위험성 때문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하여 국회, 시민단체 등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에서는 구체적 논의과정 없이 성급하게 입법예고를 실시했다. 의료 패러다임을 큰 폭으로 변화시키는 제도를 추진함에 있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하는 정책결정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원격의료를 통한 산업 활성화라는 장밋빛 환상만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원격의료는 그 동안의 논의보다 논란을 증폭시킬 우려가 매우 높다. 의료계가 우려했던 환자와의 직접적인 원격의료 허용뿐만아니라 만성질환자, 초진환자를 대상에 포함시켰으며, 병원급 의료기관도 원격의료 대상으로 허용하여 의료체계에 큰 혼란을 초래할 개연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 중인 원격의료는 의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하고 시진, 촉진, 청진 등의 진찰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원격진료는 의사밀도(단위면적당 의사 수)가 우리나라의 1/30에 불과하고 3만여 개의 섬나라로 이뤄져 의사 얼굴을 한 번 보는데 평균 3시간이 소요되는 핀란드, 의사 밀도가 우리나라의 1/100에 불과한 호주 등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주(State)에 따라 허용되는 곳과 허용되지 않는 곳이 있지만, 미국도 의사밀도가 우리나라의 약 1/20에 불과하고 그나마 원격진료도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곧 원격의료가 허용된 나라들은 의사의 밀도가 매우 낮아 의료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곳으로 대부분 환자의 필요성 보다 의사의 요구에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OECD 국가 중 의사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우리나라에서 IT기술이 진료의 보조수단이 아닌 대면진료를 대체하도록 정부가 원격의료 추진에 앞장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할 경우 대형병원 쏠림 가속화로 인해 1차 의료가 붕괴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원격의료가 허용된다면 이는 대형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누구나가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원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해 생존해 온 동네의원들의 붕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또 설사 동네의원만 원격의료를 허용한다고 해도, 일단 둑이 터진 이후에는 대형병원의 원격의료를 막을 명분이 없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병ㆍ의원 배분의 불균형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앞에서는 무너져가는 동네의원을 살리자고 하면서 뒤에서는 원격의료를 통해 동네의원을 궁지로 몰고 있는 것이 작금의 정부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책임소재 및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 관련 법규 또한 부재한 현실에서 컴퓨터ㆍ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원격의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인터넷 진료, 화상진료를 허용하는 것으로써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혹자들은 관련산업이 성장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원격의료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은 현실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고 건강에 대한 진단적 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의료접근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시작한 원격의료가 국민들의 의료접근성 약화라는 역설적인 결과로 귀결됨으로써 국민들의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종국에는 의료시스템 붕괴와 의료기관 몰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격의료 허용은 현 정부가 주장하는 창조경제 활성화에 역행할 우려가 크다. 진정으로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면 안전성과 경제성이 모두 보장될뿐더러, 의료의 소비자인 국민과 의료의 공급자인 의료계 모두가 만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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